우리는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순국선열들을 잊어버렸다. 활동은 물론 이름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은 순국선열들을 어쩌면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광화문광장에 순국선열을 기리는 기념비 하나 없는 대한민국은 과연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인가? 이같은 반성문을 쓰면서 그래도 소리 없이 정의의 역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대한민국 순국선열 유족회와 ㈔한가람연구소는 최근 잊혀져 가는 순국선열들을 찾기 위한 스토리펀딩을 했다. 순국선열들의 활동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하기 위한 이 펀딩은 마감일인 2월말이 되기 전에 이미 목표액 2천315만원(확인된 순국선열 3천315명)을 채웠다. 순국선열 앱이 만들어지면 많은 이들이 쉽게 이들의 활동을 볼 수 있다. 또 이 활동을 시작으로 이미 밝혀진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행적은 물론 그동안 알아내지 못했던 순국선열을 찾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노력도 있다. 여고생들이 중심이 돼 전국의 100여개 학교에 미니소녀상을 세우겠다는 스토리펀딩이 진행 중이다. 이화여자고등학교의 역사동아리 ‘주먹도끼’가 오는 4월25일까지 진행하는 펀딩은 이미 목표액 300만원을 넘어 600여만원에 이르렀다.
30cm30cm의 미니소녀상이지만 학교의 도서관이나 화단에 설치되는 상상에 가슴 벅찬 활동이다. 이들 여고생들의 외침은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졸속 합의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는 위안부에 대한 기억과 책임감을 10억 엔으로 해결했다.
당사자가 빠진 합의를 한 뒤 가해자인 일본은 ‘강제적인 동원은 없었으며 돈으로 보상했다’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당사국인 대한민국 정부는 한마디의 반박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세운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본질이 뒤바뀐 상황이 된 대한민국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일까. 여고생들은 그 퇴행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끌려갔던 소녀는 바로 우리자신’이라며 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그렇게 확산을 막고 싶어하는 소녀상은 그들의 바람과 달리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삼일절 98주년을 맞아 경기도내에서만 안양과 평택시, 양평군 3곳에서 소녀상이 제막된다. 이미 소녀상을 세운 지방자치단체를 합하면 모두 17개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또 수원시는 독일자치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지 시민단체와 함께 독일에 소녀상을 세웠다. 진실을 막고자 하는 억압이 커질수록 오히려 소녀상은 확산되고 있다. 무엇이 정의인가를 보여주는 당연한 결과이다.
순국선열의 항거와 그 뜻에 묵념을 올려야 할 삼일절. 대한민국의 눈들이 광화문으로 향하고 있다. 쉼 없이 달려온 탄핵정국이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눈물 흘리며 사죄하던 박근혜대통령은 끝내 수사를 받지 않았다. 스스로 국민 앞에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탄핵심판장에도 나오지 않았다. 떳떳하다면 오히려 나와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나오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 무관심이 됐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답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인지 대리변호인들의 막말만 이어졌다. 더욱이 아스팔트에 피가 흐를 수 있다는 극언에다 헌재의 탄핵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특검도 청와대 압수수색도 하지 못하고 대통령 대면조사도 없이 총리의 판단만으로 끝이 났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고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오늘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된다. 역사는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이 분노가 고통스럽지만 삼일절 소녀상을 세우기 위한 여고생들의 역사바로세우기처럼 경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역사가 될 것을 믿는다.
최종식 미디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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