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준법지원센터 전국 최초 보호소년 교화목적 합창단 꾸려
노래로 새로운 삶 기회 열어줘
“집과 학교가 싫어서 시작된 방황 대신, 노래로 새 꿈을 키워 갑니다.”
8남매 중 넷째인 K군(17·의정부)은 가족 10명이 지하 단칸방에 모여 살았던 탓에 집보다 가출 생활이 훨씬 편했다. 학교 수업은 무척 따분한 존재였고, K군을 돌봐야 할 학교 역시 그를 방관하다시피 내버려 뒀다. 특히 가출한 큰 형, 절도로 소년원에 있는 셋째 형 등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오토바이 등을 훔치기 시작, 결국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K군은 2년 동안 법무부 관리를 받아야 하는 보호처분 6호 처분을 받은 뒤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냈다. 그러던 K군에게 최근 큰 흥밋거리가 생겼다. 의정부 준법지원센터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호소년 교화를 목적으로 만든 ‘별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하모니’란 합창단에 정식 멤버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K군을 포함해 30여 명의 보호소년은 방황 대신 음악이란 꿈을 갖고 올 한 해 동안 전문 성악가의 지도로 매주 연습에 나설 예정이다.
의정부 준법지원센터는 28일 본격적인 합창단의 활동을 위한 첫 만남을 가졌다. K군 등 이날 모인 20여 명의 보호소년은 노래한다는 것에 쑥스러운 듯 첫 만남의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했지만,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큰 흥미를 보였다. 수준급 실력의 비트박스를 하는 P군(15)은 “지난해 말부터 합창단에 합류, 비트박스 공연을 선보였다”며 “음악이라는 꿈을 갖는 친구들과 함께 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곳의 아이들은 본격적인 활동 전에 한가지 약속을 했다. 활동 기간에는 절대 가출하지 않는 등 사고를 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참석한 모든 보호소년들은 “예”라고 힘찬 목소리로 하나가 돼 대답했다. 강사로 나선 이상열 성악가는 “아이들에게서 음악을 통해 꿈을 찾고 싶다는 열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해당 합창단은 의정부 준법지원센터가 지난 2015년부터 일부 보호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활동이다. 지난해의 경우 일부 보호소년들이 스스로 판사들에게 “노래 연습을 해야 하니 보호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만큼 뜨거운 호응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는 삼성그룹 꿈장학재단으로부터 1천700만 원의 지원을 받은 만큼 활동 수준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의정부 준법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합창단을 졸업한 일부 소년들이 음악 공부에 나설만큼 큰 열의를 보였다”며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꿈을 찾아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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