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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칼럼] 美 시애틀 교육감 “우리 미래 위해 학교에 투자하라”
오피니언 김동욱 칼럼

[김동욱 칼럼] 美 시애틀 교육감 “우리 미래 위해 학교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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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학교 안에 있다, 학교로 돌아가라, 거리보다 학교에 더 많은 즐거움이 있다’ 필자가 미국 시애틀의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에서 교환 교수로 연수를 하고 있던 1998년 8월 말 시애틀 교육구의 60세 흑인 교육감이었던 ‘존 스탠포드’가 ‘Back to School Rally’ 행사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시애틀 시민들에게 한 연설의 주요 내용이다.

 

5개월 전 급성백혈병으로 진단받고 이미 두차례의 항암요법에 실패한 후 60세가 넘은 누이로부터 골수이식을 받고 무균실에 입원해 있던 그가 학교 개학을 알리는 행사를 위해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깜짝 연설을 한 것이다.

 

30년간 미 육군 장교로서 근무하며 교육자 경력이 전무한 예비역 육군 소장이 시애틀 교육구의 교육감으로 처음 추천되었을 때, 시애틀 시민들과 교육 전문가들의 반대가 심했다. 학력 저하, 실력없는 교사, 예산 부족, 학교 시설 낙후 등 산재한 많은 이슈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1995년 9월 1일 교육감으로 부임한 첫날, 그는 예상을 깨고 완전히 다른 정책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우선 교육구의 직원들이 1주일에 하루를 일선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여 교육 현안들을 현장에서 직접 다루도록 했으며, 공격적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애틀의 시민, 기업들로부터 수천권의 책을 학교 도서관에 기부하도록 촉구하였다.

취임 초기 약 500억원의 교육구 적자를 안고 있었고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연방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적시에 적절한 지원’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교육구 직원들을 독려하며, ‘기업들이 능력 있고 우수한 직원을 뽑기를 원한다면 우선 학교에 투자하라’ 라고 직접 많은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하며 시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유치하는 일을 해 나갔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실력있는 교장을 선발하는 개혁을 단행하였고, 교장을 ‘학교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 부르며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였다. 교장에게 교사 선발 이상의 권한을 주고, 교사들에게는 주 4일간 학생을 교육하고 5일째는 연수, 교육 계획 수립, 부모 면담에 할당하도록 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였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위해 학교를 신설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했으며 특히, 저소득층, 소수자, 이민자를 위한 학교의 설립과 시민권자 학생에게는 제 2 언어를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혁신적으로 정비하였다.

 

교사, 교장들의 질 평가와 퇴출 제도를 도입하였고, 각 학교의 학업 성취도에 따라 교장 인사가 결정되어 그가 취임한 후 3년간 총 52명의 교장이 바뀌게 된다. 

이러한 혁신적인 학생 중심 정책은 반발하는 교사 단체와의 갈등으로 수차례의 항의 시위와 한 사기업으로 스카우트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돌며 그의 조기 퇴임을 원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그는 교장들과 교육구 위원들에게 “나는 내 임기 만료일인 1999년 7월 말까지 일할 것이다.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라는 이메일을 보내며 진정으로 교육 개혁을 바라는 시애틀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낸다.

 

교육감 취임 2년 6개월째인 1998년 3월 말 급성백혈병으로 진단받고 그 어렵다는 항암 치료를 받던 중에도 그는 교육감으로서의 업무를 한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당시 ‘존 스탠포드’ 교육감이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일하고 있던 필자는 의사로서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후 두 차례의 항암요법과 골수 이식에도 불구하고 재발하여 1998년 11월 28일 새벽에 병원에서 사망한 후,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에 수많은 사람들의 애도와 추모사, 그리고 시애틀 지역의 4개 방송국이 장례식을 생중계했다.

 

이미 정치화된 우리의 교육 현장의 여러 행태를 보면서 ‘존 스탠포드’ 교육감이 생전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공립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원들에게 남긴 연설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과 교육감, 그리고 그들을 추천하고 선택하는 정치인과 우리 국민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것 같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그리고 나를 위한 것도 아니다. 나는 민주당, 공화당, 자유당, 무소속인 학생들을 우리 학교에 가지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정치화 할 수 없다.”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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