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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관 칼럼] 영감님들은 대선 후보에서 빠져주시면 좋겠다
오피니언 허성관 칼럼

[허성관 칼럼] 영감님들은 대선 후보에서 빠져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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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보다는 영감이라는 용어가 더 친근하다.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소위 지공선사의 자격이 만65세 이상이니 지공선사를 영감이라고 보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필자도 물론 영감이다. 머리에 물을 들이거나 보톡스를 맞아 모습이 매끈해도 영감은 영감일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대선철이 다가오니 여러 영감님들이 대통령 해보시겠다고 맹렬히 뛰고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영감님들은 대선 후보에서 빠져주시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영감이 되면 기억력이 감퇴되고 건망증이 심해져 깜박깜박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지역 보건소에서 치매검사 받으라고 수시로 문자 메시지도 보낸다. 게다가 대부분의 영감들은 고혈압 당뇨 전립선 등 성인병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본인이 아무리 건강하다고 자부해도 영감님들은 이런 현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순리다.

 

현재 대선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영감님이 최소한 다섯 분이다. 영감님 중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는 생물학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최악의 경우 재임 중에 장례치를 확률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예외가 있겠지만 영감들은 대체로 미래지향적이기가 어렵다. 오히려 살아온 과거에 집착하고 아집을 부리는 것이 역사가 전해주는 진실이다.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옛사람들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영감님이 대통령이 되시면 결국 나라가 경로당이 되어 국가 전체적으로 역동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후보로 거론돠고 있는 영감님들은 묘하게도 공통점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왜 자신들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들 화려한 고위직을 지냈고 당시의 경험을 살려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고들 하신다. 그러나 고위직을 지내면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냈는지 딱히 내세울 것은 없어 보인다. 이런 저런 공약을 내세우지만 그 정도는 젊은 후보들도 당연히 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분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세를 모으려고 고심하고 있다. 두 분은 소속 정당이 있지만 세 분은 소속 정당도 없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면서 개헌이나 제3지대 등을 매개로 대선 후보가 되기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인데 민주주의 기본에 출실하지 못한 셈이다. 이 분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수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보여주는 행태일 것이다. 이러니 영감님 후보들이 노욕을 부린다거나 예의염치가 없다고 술자리에서 같은 영감들이 푸념을 하는 것이다.

 

영감님 주자들은 모두 보수를 좋아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보수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아마도 진보적인 유권자들은 자기들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므로 보수층을 결집시켜 후보가 되고 나아가서 대통령에 당선되고자 하는 전략일 것이다. 보수가 지켜내야 할 가장 중요한 실체는 바로 헌법이다. 영감님들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헌법을 정독하시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담론은 검거나 불그스레한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일 뿐이다. 작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담론은 바로 대일항쟁기 순국선열 애국지사들의 정신이다. 이 분들의 정신은 보수와 진보를 극복하는 정신이며 그 중심에 겨레와 국민이 있었다. 보수를 자처하시는 영감님 후보들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 당당해지든지 출마를 접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는 젊은이들의 몫이다. 젊은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실천하는 것이 역동성 있는 사회의 모습이다. 영감님들이 설계하는 사회에 젊은이들이 맞추어 살아야 하는 세상은 뭔가 사리에 맞지 않아 보인다. 영감님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고 포용하는 세상은 아름답다. 대선 후보로 나선 영감님들은 보다 젊은 후보들을 믿고 대선에서 빠져주시는 것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허성관 前 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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