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그건 안 돼요. 그 회사 사람들이 잘못했는데, 왜 우리 돈을 써야 해요?”
안 사장이라는 전기 설비 회사의 사장이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어느 공단에서 공장을 새로 지으면 전기 설비를 해주는 회사였다.
안 사장은 공고 전기과를 졸업하고 전기 회사에 취직해 7년을 밤낮 뛰어다니며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정신없이 했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용을 얻고 기술도 상당히 좋아서 평소 바라던 조그만 전기회사를 차렸다.
그는 공사가 있는 곳마다 찾아가서 일거리를 따냈고, 사장인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일감이 점점 늘어나 회사의 규모가 커져서 든든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루는 공단에 큰 공장이 들어와서 안 사장이 그 공장의 전기 설비를 맡아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하던 중에 커다란 변압기를 옮겨야 하는 일이 있어서, 안 사장은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을 하는 회사에 그 일을 맡겼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변압기를 옮기던 중에 체인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인부 한 사람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변압기에 깔려 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은 또 있었다. 그 회사가 아주 영세해서 죽은 사람의 병원비와 장례비를 내거나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줄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다. 사고 소식과 그 후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 일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면서 지켜보았다. 공장을 시작하는 회사는 아주 큰 회사였지만 전기 설비 일을 안 사장에게 맡겼으니 책임이 없고, 안 사장도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을 그 회사에 맡겼으니 역시 책임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안 사장이 집에 가서 아내의 손에서 큰 돈이 들어 있는 통장을 받아들고는 병원으로 찾아가서 사고를 당한 사람의 병원비와 장례비를 지불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며 보상금도 주고 돌아왔다. 사고가 난 것은 안타깝지만, 그 후의 일들이 잘 마무리된 것이다.
그 일이 공단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안 사장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자기가 실수한 것도 아니고 일을 맡긴 회사에서 실수한 건데” 그리고 “안 사장에게 일을 맡기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사람이 다 처리해”라는 이야기가 공단 전체에 퍼졌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에 IMF 사태가 터졌다. 몹시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지면서 설비 회사들의 일감이 점점 줄어들었지만 안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는 일감이 끊이지 않았다. 공단에서 공장을 새로 짓거나 가동하고 있는 공장에 전기공사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책임자들이 안 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는 것이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백 배로 수확한다. 남을 위해 나의 것을 내놓는 것이 버리는 것 같지만,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결국 그 열매가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삶이 윤택해지면서 사람들이 계산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2017년 새해에는 안 사장 같은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낸 후 행복을 수확하면서 미소 짓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있었으면 좋겠다.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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