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전부터 중국을 잘못 알고 있던 것 중 하나가 ‘중국인들은 모든 일을 지나치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지난 30년간의 개혁 개방 정책 등을 보면, 중국은 아주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뤘다. 빨라야 할 경우엔 매우 빠르다.
제자가 맹자에게 “공자는 어떤 분이었나요?”라고 묻자, 맹자는 아주 간단하게 “공자는 천천히 가야 할 때 천천히 가고, 급하게 가야 할 때 급하게 가는 분이다”라고 대답을 한다. 변통(變通)의 달인으로 상황에 가장 적합하게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사람들과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함께 술을 마셔 대취하였을 때는 마치 모든 일을 다 해줄 것처럼 친한 친구로 보이는데 맨정신으로 막상 사업 이야기를 하면 돌변해서 일을 성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실은 상대방이 돌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착각한 것’인데도 끝까지 꿈에서 깨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이 얼마나 변통에 능한지는 중국인의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의리의 화신이며 충성의 대명사인 관우가 부지불식간에 중국의 대표적인 재신이 되어 부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관우의 제단을 만들어 놓고 밤낮으로 빌고 있다. 표면상으로 보면 전혀 상관이 없는 일처럼 보이는 일을 가장 직접적이고 밀접하며 친근한 것으로 만들어 내는 변통의 능력이 관우를 재물신으로 숭배하도록 만들어 냈다.
이런 사유로 급기야 중국에서는 새로운 학문영역으로 재물을 관장하는 신에 대하여 연구하는 ‘재신학(財神學)’이 탄생한 것이다. 제목에 혹하여 사람들이 재신학 공부를 시작한 후에 많은 실망을 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결국 재신학은 ‘중국문화의 정수를 배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부자는 근면하면 되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을 한다. 재신학에서는 ‘사업’을 배운다. 곧 이익을 남기는 장사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업’은 중국의 최고경전인 주역에 나오는 말로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인데 그 일은 바로 성인이 만백성을 위하여 하는 것이니 당연히 일을 잘하려면 성인의 품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수밖에 없어 인격도야가 주된 것이다.
현재 인천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한중FTA시범도시라는 이유로 그나마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어려움을 견디고 좋은 시절이 왔을 때 새로운 장을 열려면 중국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 문화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돈만 아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인들이 매일 밤낮으로 관우의 제단에 기원할 때 단순히 돈만 생각하겠는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관우이고 이처럼 충의를 갖춘 인물을 숭배해야만 부자가 될 수 있고 탈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인의 관념이다. 신년에는 모두 부자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공희발재(恭喜發財)!
이정학 한중경제문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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