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락인 풍물과 더불어 재즈와 밴드 등 라이브클럽이 성행하면서 신포동과 함께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성지가 부평이다. 부평 산곡동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부평에 주한미군 군수지원사령부인 애스컴이 주둔하면서 이 주변에 30여 개의 음악클럽이 들어섰고, 이곳을 통해 대중음악 1세대들이 배출됐다.
오늘의 노포는 음악으로 가득한 애스컴 주변에 위치한 정아식당. 큰 도로변에서 산곡초등학교 쪽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서니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화려한 불빛들로 가득 찬 부평과는 달리, 마치 종로 피맛골의 분위기처럼 70~8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도착한 듯 옛 집터들이 우리를 반겼다.
친절하게도 가는 길목마다 정아식당 본점이라는 표지판이 있어 한참을 따라 들어가는데도 진짜 여기로 가는 길이 맞는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골목길만 보고 있으면 절대 이곳에는 식당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할 법한 곳. 그런 의심이 머릿속에 가득 찼을 무렵, 저기 멀리서 오래된 음식점 간판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가게가 보인다.
정아식당은 1984년 재개발을 앞둔 부평 산곡동 좁고 허름한 골목길에서 문을 열어 30여 년이 넘게 닭볶음탕 전문점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노포다. 만수동, 논현동, 구월동 등 분점이 생겨날 정도로 인천사람들에게 익숙한 맛집이란다.
닭볶음탕 전문점은 많아도, 양이 적거나, 양념이 짜거나, 아니면 가격이 비싸거나 해서 제대로 된 닭볶음탕을 맛본 적이 없었는데, 옳거니 잘 됐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낮은 천장으로 된 가게 안에서 풍겨 나오는 매콤하지만, 입맛을 돋우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큼지막한 메뉴판이 눈에 띈다. 우선 이 집의 메인메뉴인 닭볶음탕과 함께 꼬막, 도토리묵이 세트로 나오는 1인분에 8천원인 점심메뉴를 시켰다.
한번 끓여서 나온 닭볶음탕을 자작하게 끓이니 아주 많이 맵지 않지만, 입안에 매운 향의 여운을 가진 깊은 맛의 걸쭉한 육수에 반해 고기 뜯는 건 뒤로 하고 국물부터 흡입한다. 그리고선 고기를 발라 먹으니 야들야들하면서 부드러운 살코기에 양념이 잘 배어 있어 그 맛을 더한다. 닭볶음탕에서 빠지면 섭섭한 감자를 접시에 으깨어 국물을 적셔 숟갈로 떠서 밥과 함께 먹으니 밥 도둑이 따로 없어 홍보팀 3인방도 맛있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이번엔 겨울철 별미인 꼬막으로 젓가락을 내밀었다. 메인 메뉴에 대적할 만큼 그 맛에 끌려 닭볶음탕을 다 비우기도 전에 꼬막 무침 접시부터 깨끗해졌다.
투박하지만 깊고 진한 풍미를 지닌 닭볶음탕은 너 한 국자, 나 한 국자 도란도란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는 음식이기에, 우리네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받는 먹거리임에 틀림없다. 오랜 세월 산곡동을 지켜온 정아식당은 가격만 착한 게 아니라, 푸짐한 인심도, 맛도 훌륭한 우리 서민의 식탁이다. 언제까지 이곳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발의 소음으로 가득 차기 전에 다시 한 번 이곳에 들러 푸짐하게 담아준 인심을 느껴보고 싶다.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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