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 연수구의회 前 의장 구속 후폭풍

의결 정족수 못 채워 구의회 파행… 준예산 사태 우려

인천시 연수구의회 전 의장이 장례식장 건축허가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아 챙기다 구속(본보 8·12일 자 7면)된 후폭풍이 거세다.

구의회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간 내년 예산안을 놓고 다툼이 생겼는데,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 1명이 구속된 탓에 예년과 달리 의결 정족수를 못 채우며 구의회가 파행을 겪어 자칫 집행부의 준예산 사태마려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수구의회는 지난 16일 제220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올해 행정사무감사 결과 및 3차 추경(안)과 2017년도 세입·세출예산(안) 등을 논의했다. 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구 제출 예산 4천377억원에서 64억원을 삭감한 예산안을 상정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34억원을 재편성해야 한다’며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러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 시작 10여분만에 일방적으로 퇴장, 재적인원 10명 가운데 과반수 출석을 충족하지 못해 정회됐다. 연수구의회의 재적인원은 10명으로 새누리당 6명, 더불어민주당 4명이다.

 

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의원 5명만 자리를 지켰지만, 안건 의결을 위한 정족수인 6명이 안 돼 더는 본회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과반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지난 9일 A 의원(56)이 뇌물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집행부의 행사성 경비가 너무 많다.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합의된 것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밀실에서 상의해 예산을 주무르는 것을 더이상 볼 수 없다”면서 예산안 의결을 거부했다.

 

정지열 구의원은 “행사성, 전시성 예산을 편성하지 말라는 정부 지침이 있다”라며 “매번 그런 예산을 짜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곽종배 의원은 “34만 구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단지 새누리당 의원들이 올린 예산 수정안이라는 이유로, 아무 논의도 없이 의회를 파행시키는 저의가 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수구의회의 한 관계자는 “A 의원이 의정 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안건을 의결할 수 없게 되자 알력 다툼이 벌어진 것”이라며 “예산안 의결에 차질이 생겨 내년 사업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인자 연수구의회 의장은 “아직 회기일 수가 남아있는 만큼 임시회 등을 열어 안건을 의결하도록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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