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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수 칼럼] 왜 엄마 때문에 내가 고통스러워야 해?
오피니언 박옥수 칼럼

[박옥수 칼럼] 왜 엄마 때문에 내가 고통스러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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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얼굴도 예쁘고 그림도 참 잘 그렸다. 학생은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마음은 항상 어두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학생의 엄마는 스무 살 때 뇌경색으로 시력을 다 잃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죽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지냈지만, 그 마음을 버리고 새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맹아 학교에 들어가서 점자를 배우고, 보이지 않지만 길을 걷는 법을 배우고, 생계를 위해 마사지하는 법도 배웠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학교에서 만난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결혼해 딸을 낳았다.

 

아이를 낳고 얼마 후 두 사람은 사이가 나빠져 헤어지고 말았다. 아이의 엄마는 눈만 캄캄한 것이 아니라 앞날도 정말 캄캄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엄마 혼자 어린 딸을 키울 수 없어서 친척집에 가서 사정해 아이를 키워 달라고 맡겼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어린 시절 이 학생은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성장했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반항심이 가득 차 술을 마시고 방탕하게 살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면서도 항상 불평과 반항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 삶이 스스로도 싫었던 학생은 굿뉴스코 단원이 되어 1년 동안 탄자니아로 해외 봉사를 떠났다. 그러나 탄자니아에 가서도 동료 단원들과 자주 부딪혔고, 학생은 ‘난 안 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쌌다. 그때 굿뉴스코 탄자니아 지부장의 아내인 사모님이 이 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니?”

“아무 일 없어요.”

“네가 이야기해야 우리가 네 마음을 알지.”

그러자 이 학생이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사모님은 나에 대해 모르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예요? 우리 엄마는 소경이에요! 앞 못 보는 소경의 딸로 사는 것이 어떤지 알기나 하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사모님이 이야기했다.

“네 엄마는 너 같은 젊은 나이에 시력을 잃으셨어. 모든 것이 절망으로 변했지. 그리고 얼마 후 너를 낳으셨어. 너는 엄마에게 빛이고, 소망이고, 기쁨이었어. 그런 네가 엄마에게 원망하는 말을 쏟아냈을 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았니?”

 

학생은 깜짝 놀랐다. 스물 한 살이 되어서야 엄마의 마음을 처음으로 더듬어 보았다. ‘엄마가 나 때문에 얼마나 슬퍼하셨을까?’

 

그날 이후 학생은 변했고, 딸과 엄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행복한 모녀가 되었다.

 

박옥수 칼럼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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