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만명에 고교는 달랑 하나 한 반에 많게는 44명까지 수업
시험·체육시간엔 아수라장 방불 학교신설 번번이 무산 주민 원성
인구 7만여 명이 거주하는 화성시 봉담읍의 유일한 고교인 봉담고의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다. 한 반에 많게는 44명의 학생이 들어차면서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를 연상케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추진된 고교신설이 번번이 무산, 학생 및 학부모 원성이 높다.
지난 12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봉담읍 동화리 봉담고 2학년 2반. 66.7㎡ 남짓한 교실에 학생 44명이 4분단으로 나눠 앉아 자습을 하고 있었다. 분단 간 책상거리는 50㎝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옆으로 몸을 비틀어 지나 다녔다. 여학생들은 책상에 걸려 스타킹이 찢어지는 일이 잦다고 귀띔했다.
시험때나 체육시간에는 이른바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모의고사 등을 치르기 위해서는 교실 내 교탁을 빼낸 뒤 책상을 가로로 배치한다. 커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학교엔 탈의실도 없어 남학생들은 화장실에서, 여학생은 교실 등지에서 각각 체육복을 갈아 입는다. 매번 체육수업 시간 15분씩을 까먹는다.
전체 24학급에 1천명이 다니는 이 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41.6명이다. 경기지역 고교 평균 31.9명에 비해 10여명 가까이 많다. 학생 김모양(17ㆍ여)은 “여름엔 덥고 갑갑해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학습권 침해가 심각한데 해결해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올해도 2개 교실을 증축했다. 더이상 증축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고교 신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4차례의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봉담읍 내 고교 신설 안건’은 번번이 무산됐다. 주민들은 오는 15일 5번째 심의에서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봉담고 학급과밀로 30분~60분씩 소요하며 다른 지역으로 통학하는 학생수가 1천500여 명이나 된다”며 “학교 신설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봉담지역 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글이 900여건 이상 게재됐다.
화성=박수철ㆍ여승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