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混沌)은 중국의 고전 ‘장자 내편 응제왕’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고 한다. 숙과 홀은 수시로 혼돈의 땅에서 서로 함께 만났는데 혼돈은 그들을 치밀하고 은근히 잘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덕에 보답할 생각으로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가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써 보고 듣고 먹고 호흡을 하는데 그만은 유독 없다. 시험 삼아 그것을 뚫어주자”
매일같이 한 구멍씩 뚫었더니 칠일 만에 혼돈이 죽어버렸다.
최근 우리는 수교 후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흑자를 내며 한국경제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던 중국과의 관계에 스스로 구멍을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태평한 시기에 중국은 ‘장자’의 이야기처럼 우리와의 관계를 치밀하고 은근하게 잘 대접하며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
그중에서도 우리 인천시와 위해시가 ‘한중FTA협력시범도시’로 파트너가 되면서 양국에서 더욱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한국 관계에서 신경제에 걸맞은 새로운 교두보의 중요성을 인정한 중국의 정부가 상해, 심천, 항주 등의 1급 도시와 함께 유일하게 2급 도시로도 간신히 턱걸이하는 위해시를 서비스무역 10대 도시로 선정하여 인천의 파트너로 삼은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혼돈은 무질서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모든 창조의 근원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것이 절대적이다”라는 격언이 새삼 떠오르게 할만 큼 가치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우리에게 지혜를 주는 현인을 역사를 통해서 공부하고 또 현재 가까운 주위에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중국 당태종의 현신인 위징은 어지러운 시기에 당태종에게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을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충신은 어지러운 나라를 구하지 못하고 충언을 하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지만 양신은 나라도 바로잡고 그 공훈을 역사에 남긴다며 양신이 되고자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라가 한번 크게 어지러워지면 바로 다시 크게 바로 선다며 그 주장을 평생에 걸쳐 실천하여 당태종과 함께 역사에 남을 정관지치(貞觀之治)를 창조하였다. 요즘 우리도 근본을 바꿀 시민혁명이 진행되어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벗어날 희망을 갖게 된다.
최근 인천시정부 위해시 인천관 개관행사를 마친 다음 날 인천관 실무책임자를 위해시 상무국 관계자가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 문제로 시범도시로서 교류협력 역할에 어려움은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해시 인천관과 인천시 위해관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갖고 서로 도와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야한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1년간 한중관계는 최상에서 최악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그러한 혼돈의 한중관계에서 한중FTA시범도시로 함께 보낸 지난 1년에 대해 위해시 관계자는 수차례 ‘공동운명체’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중관계가 더욱 잘 풀리길 기대한다.
이정학 한중경제문화교류중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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