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인천관광공사 사장으로 오면서 인천지역 먹을거리를 발굴하고자 맛집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인천에서 맛집을 찾거나, 갈비 좀 뜯어봤다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돼지갈빗집인 부암갈비로 결정했다.
요즘 대세인 쿡 방 프로그램 모두가 돼지갈비 맛집으로 부암갈비를 꼽았단다.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 예약도 안 받고 선착순으로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곳이다.
도로변에 부암갈비 간판이 보인다. 1978년 개점을 했으니 벌써 40년이 돼가는 노포. 바로 내가 원하는 그런 집. 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게 앞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기다리다 보니 특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밖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홀 안의 테이블을 비워놓고 기다리게 한다. 가게 안 자리가 다 차게 되면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인장의 품질관리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기에 지금까지의 명성을 이어가는 비결이지 않을까?
안으로 들어서니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홀 안의 둥근 불판테이블. 사람 수와 관계없이 오순도순 껴안을 수 있는 이 테이블이 정겨워 보인다. 오랜 집을 증명하듯이 팔라조 바닥으로 되어 있고, 벽면에는 메뉴판이 걸려 있는데, 원래 맛집은 주 종목만 파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메뉴는 돼지 생갈비와 젓갈볶음밥. 단 두 가지뿐이다.
생갈비를 주문하자, 테이블에 달궈진 연탄불을 넣고 그 위에 숯을 올려 주신다. 찬이 준비되는 동안 주방 쪽을 보니 생갈비를 일일이 정성스레 손질하느라 바쁘다. 찬이 나왔는데, 이거 어떻게 먹는 찬이지? 어디 보자. 갓김치, 고추장아찌, 갈치속젓, 부추, 양배추…. 찬부터 범상치 않네? 이어 먹기 좋은 크기로 갓김치, 고추장아찌를 잘라준다.
돼지 생갈비가 등장했다. 드디어 둥근 석쇠에 불이 달궈져 주인공인 생갈비를 얹는다. 처음 오셨느냐는 사장의 질문에 그렇다고 하자, 여기 생갈비는 먹는 방법이 따로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란다. 먼저 잘 익은 고기 위에 고추장아찌를 얹고 장아찌 국물에 적셔 먹어보고, 다음은 갓김치를 싸서 한입 먹어보고, 마지막으로 부추를 올리고 화룡점정으로 갈치속젓을 올려 먹으란다.
‘도대체 무슨 맛을 내길래’ 라는 기대감에 사장양반의 말대로 올리고 바로 입속으로 넣는다. 유레카! 주인공인 생갈비와 함께 그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주는 고추와 갓김치와 젓갈. 조연들의 삼중주가 제대로다. 하지만 소금을 뿌려 구워진 돼지 생갈비 본연의 맛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명불허전이다.
내가 반한 부암갈비의 명성과 맛을 이어갈 수 있던 원동력은 사장의 착한 옹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착한 옹고집은 다르다. 본인만의 내공과 철학이 뒷받침돼야 자신있게 고집할 수 있다. 우리 공사가 창립 1주년을 맞아 ‘미래전략 2020’을 발표했다.
주변의 다양한 의견도 수용하되, 우리 공사 임직원들의 고민을 녹인 생각들을 그대로 담아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황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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