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_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인터뷰 이진희 매홀아동복지센터 시설장

주변 아이가 행복해야 내 아이가 행복
이웃간 ‘공동육아 커뮤니티’ 형성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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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결국 진리입니다.”

 

공동체의 의미가 퇴색하는 요즈음, 여성과 아동에 대한 사회의 방임과 폭력에 경종을 울리며 아동학대와 폭력·방임으로 길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의 ‘엄마’를 자청하는 이가 있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뒤로한 채 10월12일 오산시에 소재한 매홀아동복지센터(시설장 이진희)를 찾았다. 

 

매달 몇백만 원의 사비(급식비 일부 시비 지원)를 오롯이 털어야 운영되는 센터 운영의 애로점을 묻자 되레 초심(初心)을 꺼내놓는 이 시설장.

 

“부친의 물리적 방임으로 길거리를 전전하던 남매를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결국 암이란 무서운 질병까지 얻어 장애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에서 가슴 먹먹한 절망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10여년이 흘러 남매 중 누나가 저를 찾아와 자신처럼 힘든 삶을 사는 아이들을 위해 멘토이자 후원자로 나서겠다는 꿈을 품었다고 했을 때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이 아이들이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기르는 와중에도 내가 지켜보고 힘이 되어줘야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공동육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구매를 위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요즈음이지만, 그래도 주변의 아이들이 행복해야 내 아이가 행복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는 이 시설장. 

 

함께 키우는 아이들이야말로 흙수저·금수저의 경제적 갭(gap)을 넘고, 소유를 떠나 품앗이의 개념을 깨닫고, 서로 감시자이자 멘토로서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는 공동체 육아야말로 현 시대가 요구하는 절대 육아라는 것.

 

이를 위해 이 시설장은 ▲지역사회의 관심 ▲심리·정서적 학습지원 ▲이주노동자·불법체류·다문화가정 아동에 대한 공동육아 ▲위탁가정 지원 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공공·민간에서 살뜰히 챙겨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방임·학대당하는 아이들을 발견했을 시 초동대응이 사후조치보다 100배 더 중요한데 초동대응에 ‘신고’ 마인드가 가장 필요하고 <경찰·소방서-상담·신고센터-공공·민간기관 전문가 투입-부모격리 및 신체·심리 치료-위탁가정 인계·보호시설 보호> 등이 원스톱 프로세스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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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시설장과 아이들이 우리나라 토종 고구마인 백령도백고구마순과 완주물고구마순을 직접 심어 147일째 되는 올 8월 중순 께 두 수레 가득 고구마를 캤다. 센터는 연중행사로 생태환경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케이스로 저희 지역(오산시)에서 학대·방임 사례 아동이 발견되었는데, 어떤 사유로든지 경기지역을 벗어난 지역으로 이사를 가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한 담당자의 경우, 우리 지역이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이 케이스를 접는 경우를 봤습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초기발견 된 아동 에 대해 행정구역·관할담당을 떠나 끝까지 추적해 이 아이를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떤 곳에 있던지 우리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를 전국에 걸쳐 펴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보다 확대·재편해야 합니다”

 

“대(大)가족이 전성기를 맞았던 시기에는 사실 이런 고민 자체가 필요 없었습니다. 할머니·할아버지·고모·삼촌을 비롯 옆집 아저씨·아줌마·형·누나가 함께 터를 잡고 살아가며 정보를 나누고 육아를 공유하며 정(情)으로 살아가는 울타리 속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었지요”

 

바로 이 대가족 시스템을 오늘 같은 핵가족, 1·2인 가족으로 세분화·개인화되는 현 가족 시스템에 부활시켜야 이웃 간 커뮤니티 형성이 필요하다고 이 시설장은 강조를 거듭했다.

 

인터뷰 내내 기자는 과연 옆집 아이가 몇 살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가를 자문했다. 이제부터라도 관심과 사랑으로 주위를 살피고 함께해야겠다는 다짐이 굳게 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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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설장이 오산지역 다문화 가정 및 엄마들을 초청한 10월1일, 센터서 전통 장 담그기를 하고 있다. 공장 서 발효 과정을 거치지 못한 고추장은 건강 할 수 없다. 사계절 고춧가루, 메줏가루, 액젓, 발효액으로 만든 햇 고추장은 우리 고유문화이자 건강한 먹거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글·사진_권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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