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간이 화장실만 달랑 설치… 열악한 근무환경
악취 나고 파리떼 꼬이는 재래식 변기 사용 두려워
수세식 이용하려면 10분 소요… 참을때도 부지기수
경비원 A씨(73)의 하소연이다. A씨는 수원대에서 10년째 근무 중이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생리현상 해결이다. 그가 근무하는 정문 경비실에는 화장실이 없다. 그는 하루 24시간 근무 후 다음날을 쉬는 격일제 근무를 한다. 때문에 근무 중 한 번 이상은 대변을 봐야 한다.
학교 측은 5년 전 경비실에서 3~4m 떨어진 녹지대에 간이화장실을 설치했다. 하지만 재래식 간이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심한 악취와 파리떼 등으로 구역질이 날 정도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근무시간 내내 용변을 참기도 한다.
경비실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 화장실은 300여m 떨어진 인문대학 건물에 있다. 왔다갔다 하는데만 10여 분이 소요돼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A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일할 수 있어 감사하지만, 이 더러운 화장실을 볼 때면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문 경비실에는 A씨를 비롯해 4명이 돌아가며 근무한다. 야간에는 1명만 근무하며 주간에는 4명이 함께 일하지만 초소근무, 차량관리 등 업무가 달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60ㆍ70대 경비원 4명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악취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용변을 참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소변은 자체 해결한다. 간이화장실 옆에 생수통을 놔두고 사용하기도 했지만 냄새가 심해 철거했다. 요즘은 경비실 지하 옆에 세면대를 개조해 만든 소변대에서 해결한다. 이 임시 소변대의 오줌은 옆 실개천으로 바로 흘러간다.
경비원 B씨(70)는 “용역회사 소속인 경비원이 학교 측에 문제제기를 하면 신분상 손해를 볼까 봐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며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신세가 처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학생 K씨(23)는 “사회적 약자인 경비원들에게 제대로 된 화장실을 마련해주지 않는 학교 측이 이해가 안 된다.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냐”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대학교 관계자는 “경비원의 인권을 내버려둔 것은 아니고 지난 7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부 논의 중이었다”면서 “가능한 예산을 모두 투입해 내년 2월 현대식 화장실 2칸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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