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관리 구멍ㆍ구단 운영 시스템ㆍ외국인 농사 실패 ‘해결과제’
수도권 소재 프로농구 A구단 관계자는 최근 “이종현·최준용·강상재 중 누굴 뽑더라도 SNS 교육부터 시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종현과 최준영 그리고 강상재가 SNS에서 외모 비하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례를 소개하면서 “프로선수로서 품위에 어긋나는 행동이다”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구단이 얼마만큼 선수단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프로야구 kt wiz는 지난해 포수 장성우(26)가 SNS 논란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곤욕을 치렀다. KBO가 장성우에게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전력 손실도 상당했지만, 무엇보다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kt의 부실한 선수단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른 사건이었다.
kt는 장성우 사건 후 “선수단 관리에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진정성 있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나, 올 시즌 이런 공언이 무색할 정도로 사건이 끊임없이 터졌다. 경기장 밖 사건·사고로 야구에 전념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시작은 오정복(30)이 끊었다. 그는 시범경기 기간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선수가 시즌을 코앞에 두고 술을 마신 건 개인 관리 차원이라고 백 번 양보한다고 해도, 구단의 선수단 관리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kt의 선수단 관리 문제의 허점을 드러낸 백미는 역시 김상현 사건이었다. 구단은 김상현(36)이 공연음란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일주일이 넘도록 알지 못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당일 경기에도 김상현을 선발 출장시키는 촌극까지 빚어야 했다.
이 같은 선수단 관리 미흡에 따른 사건에서 드러난 kt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구단 운영 시스템이었다. 야구단은 일반 회사와 다르다.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kt의 반응이나 대처는 늘 한 박자 늦었다. 김상현 사건은 무모하리만큼 빠른 결정을 내렸지만, 이조차도 여론에 휩쓸린 조치로 “과한 조치”였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만큼 신속하면서도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kt는 트레이드와 FA 계약에서도 결론을 빨리 내리지 못해 타 구단과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이 잦았다. 신생구단의 특혜가 있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현재는 감독 재계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조범현 감독의 계약이 만료됨에도 kt는 아직도 ‘재계약이냐’, ‘경질이냐’의 결론조차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시즌을 위해 kt가 풀어야 할 마지막 과제는 외국인 스카우트다. kt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농사에 실패했다. 여러 실패 요인이 꼽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건 투자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kt는 이미 저예산 고효율 전략의 실패를 2년 연속 맛봤다. 이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내년은 신생구단 특혜가 없어짐에 따라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kt로선 과감한 투자는 더욱 절실해졌다.
올 시즌 가을야구에 실패한 모 구단 감독은 “15승을 책임져 줄 투수 2명만 들어와도 가을야구를 향한 순위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큰 돈을 푼 구단의 사령탑이 할 말으로 적합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같은 통 큰 행보를 내년 kt에서도 볼 수 있길 바란다. 투자 없이는 성적은 물론 팬심 또한 잡을 수 없다는 걸 지난 2년 동안 느끼지 않았던가.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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