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음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마음은 어떻게 파는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부인이 미국 캔사스시티에 살고 있는데, 자궁암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이 암에 걸리면 대부분 몸보다 마음에 먼저 죽음이 찾아온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그때부터 마음이 죽음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아들을 보아도, 딸을 보아도, 무엇을 보아도 자신의 죽음과 연결시킨다. 그리고 마음이 절망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간다. 마음에 사과나무나 복숭아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죽음의 나무를 심은 것이다. 마음에서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래서 죽음과 연결된 생각이 일어나며, 죽음 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해 결국은 죽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 부인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제전화비가 비싸기에 카카오톡 무료 통화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마음에 죽음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고, ‘이분이 절망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을까?’ 생각했다. 그 마음에서 절망을 내쫓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어떻게 마음에서 절망을 쫓아내지?’ 생각하다가 먼저 그 부인이 마음에서 희망을 갖도록 소망스러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성경에는 소망스러운 이야기가 많기에 성경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그 부인이 점점 기뻐하면서 마음이 희망 가운데로 빠져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분의 마음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조금씩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기쁘고 행복했다. 부인이 통화를 마치며 고맙다고 하는데 나에게 큰 즐거움이 되었다.
성경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 이야기에서,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먼 나라에 가서 재산을 탕진하고 돼지우리에서 살았다. 그곳에서는 더러운 돼지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 아들의 몸은 돼지우리에 있지만 마음까지 더럽고 외로운 그곳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은 아버지의 집으로 갔다. 거기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있고, 풍성한 음식이 있고, 넘치는 기쁨이 있었다.
둘째 아들의 마음은 날마다 아버지 집을 찾아갔다. 아버지 집에 갈 때마다 무척 행복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둘째 아들이 몸도 마음을 따라서 아버지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아버지가 한없이 기뻐서 송아지를 잡고 잔치를 했다. 마음이 가면 몸도 따라가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암에 걸린 부인의 마음에 조금씩 자리 잡으면서 놀랍게도 암이 점점 낫기 시작했다.
얼마 전, 그 부인이 사진을 보내왔다. 사각모를 쓰고 졸업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작은 글씨로 ‘저, 항암치료 졸업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소망이 절망을 이긴 것이다. 그 부인의 마음에 희망의 열매를 맺는 소망 나무가 심어져 있다.
박옥수 목사·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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