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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리포트] 뉴질랜드인을 하나로 만드는 전통춤 ‘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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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리포트] 뉴질랜드인을 하나로 만드는 전통춤 ‘하카’

허리는 곧게 펴고, 살짝 굽힌 무릎을 손바닥으로 때린다. 눈은 크게 부릅뜨고 혀를 쏙 내민다. “ka mate ka mate, ka ora ka ora (나는 죽을 것이며, 나는 살 것이다)” 우렁차게 울리는 노래 소리와 함께 상대방을 움츠러들게 한다. 뉴질랜드인들이 사랑하는 전통춤 ‘하카(Haka)’이다.

 

뉴질랜드는 지금 최고의 인기 스포츠, 럭비 열기가 한창이다. 매년 호주, 남아공, 아르헨티나와 ‘홈앤드어웨이(home and away)’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데, 초반이지만 뉴질랜드 럭비대표팀, ‘올 블랙스(All Blacks)’는 상대팀들을 압도하고 있다.

 

올 블랙스는 경기에 앞서 상대팀 앞에서 항상 하카를 추는데 팀의 사기를 북돋우고 상대팀을 제압하기 위해서다. 이 독특한 장면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하카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카는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 춤이다. 뉴질랜드인은 키위(Kiwi)와 마오리(Maori)로 나눌 수 있는데,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을 키위라고 부르면서 남태평양계의 원주민 마오리족과 구분한다.

 

마오리족의 전통춤이라고 해서 백인인 키위들은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뉴질랜드 사람이라면 혈통에 관계없이 하카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하카가 뉴질랜드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고 믿고 있다.

 

하카는 원래 부족 간의 전쟁에서 추던 춤으로 위협적인 동작과 괴성으로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지금 뉴질랜드에서는 평화와 축하, 환영의 의미로 하카를 추기도 하고, 하카로 슬픔에 빠진 사람을 위로하기도 한다.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의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져 있을 때, 가족을 잃은 슬픔, 절망 속에 있는 이웃을 위로하기 위해 뉴질랜드 사람들은 ‘수퍼 하카(Super Haka)’ 캠페인을 시작했다. SNS를 통해, 또는 초록색 티셔츠에 ‘SUPER HAKA’가 새겨진 옷을 입고 여러 도시에서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하카를 추며 슬픔을 위로했다.

 

2012년에는 뉴질랜드군의 한 대대원들이 아프카니스탄 파병에서 전사한 동료들을 기리기 위해 함께 하카를 췄다.

같은 해 11월, 로토루아(Rotorua)의 마오리 하카팀은 서울에서 열렸던 뉴질랜드와 한국의 외교수립 50주년 행사에서 하카로 외교관계를 축하했고, 2015년 Palmerston North Boy’s High school에서는 한 선생님의 장례식에서 수 백 명의 학생들이 하카를 통해 가족과 서로의 슬픔을 위로했다. 2016년 한 커플의 결혼식장에서 축하로 선보여진 하카의 영상은 SNS상에서 2백만 뷰를 넘었다.

 

하카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희노애락(喜怒哀樂)과 함께 한다.

괴상하고 위협적으로 보이는 춤이지만 뉴질랜드 사람들은 그 속에 위로를 담고 축하를 담는다. 그리고 하카를 통해 뉴질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무섭게 느껴질지 몰라도 뉴질랜드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기에 하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움 춤이다.

 

이현배 오클랜드 IYF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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