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드 한국 배치에 관해 답을 얻을 수 없는 불편한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사드가 고고도 미사일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사드로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고고도 미사일이 48개이고 재장전하는데 30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만약 북한이 48개 이상을 동시에 발사하면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북한에 발사대가 몇 개 있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북한의 능력이 사드의 방어력을 넘어서는지도 의문이다.
남한은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50㎞에 불과하다. 고고도 미사일은 대륙 간 공격용 무기라고 한다. 북한이 대륙 간 장거리 공격용 미사일을 거의 수직으로 쏘아 올렸다가 가까운 수도권이나 남한의 주요 도시에 떨어지게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답을 주지 않는다. 설사 이런 기술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 해도 북한이 대기권까지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가 서울에 떨어뜨리는 것은 비용이 너무 들어 상상하기 어렵다.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사드를 배치하면 소음이 굉장하고 전자파가 많이 방출되어 주변 주민의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 문제를 우려하여 사드 배치 대상지역인 성주군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런데 소음도 별로 없고 전자파도 별것 아니라고 일부 언론이 현장 탐사 결과를 보도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도 시원한 답이 없다.
사드로 방어할 수 있는 지역이 남한 전체라고 했다가 이제는 남부 일부 지역이라고 한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부산을 거점으로 한 미군의 후방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체계라고 한다. 미군을 주로 방위하기 위한 무기라면 당연히 비용을 미국이 전액 부담하겠지만 남한 전체를 방어하는 무기라면 우리도 분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명확하게 설명한 적이 있었는가?
사드는 요격 미사일과 탐지 레이더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거리가 북한 지역이라고 하는데 중국은 자기 영토도 탐지 가능 지역이라고 보고 한국에 대해 차근차근 보복에 나서면서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미국과 한국의 주장이 맞는다면 중국이 이처럼 격렬하게 대응하겠는가? 지난 주 중국을 여행하면서 접한 중국 언론은 온통 사드로 도배한 정도였고, 전쟁도 불사한다는 논조였다. 중국이 바보인가? 한국과 미국이 거짓말을 하는가? 불편한 의문이다.
사드가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남한 일부만 방어하는 무기라면 왜 이처럼 떠들썩하게 공개적으로 추진하는지 의문이다. 무기 배치는 일급 군사기밀이다. “사드는 이런 성능을 가진 무기다. 우리 성주군에 배치한다”라고 떠드는 꼴이니 육군 병장 출신인 필자가 보기에도 이해할 수 없다. 이 관점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앞장서서 “전쟁나면 이곳 부터 타격하시오. 좌표는 여기요”라고 알려주는 이적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도 의문이다. “논의 중이다. 논의한 바 없다, 결정된 바 없다”라는 보도가 번갈아 나오다가 별안간 배치한다고 발표되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어리둥절할 뿐이다. 국정 의사결정 체계가 존재하는지, 한 두 사람 실력자가 국정을 농단하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사드 배치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외교문제와 국익을 사려 깊게 고려했는지도 의문이다.
항간에서는 사드 배치로 북한 김정은만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대북제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에 중국과 러시아가 우호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점이다.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상대국이다. 왜 현실과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사드 배치를 결정했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국익보다는 이념을 앞세운 결정인가? 대한민국 정부가 명확하게 풀어주어야 할 의문들이다.
허성관 前 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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