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섭생의 지혜를 잘 터득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요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식료찬요(세조6년, 1460년 발간) 서문에서도 “옛사람들이 처방을 내림에 있어 식품으로 치료하는 것을 우선하고, 식품으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약으로 치료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음식 섭생의 생활화는 절기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즐기는 세시풍속이 되었다. 조선후기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에는 정월초하루 떡국, 입춘 다섯 가지 쓴 나물 2월초하루 솔잎떡, 동짓날 붉은 팥죽 등을 절기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방선영의 조선요리제법(1924년 발간)에 어린 닭백숙에 인삼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드는 삼계탕 요리법이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일반 서민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삼계탕이 손꼽히게 된 역사는 길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삼계탕 요리법은 전복, 민물장어 등과 만나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어 우리의 선택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영양과잉시대에 복날 보양식의 유해함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지만, 영양학적인 기준 못지않게 세시풍속의 사회ㆍ문화적 의미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 전통 세시풍속인 복날 보양식에 대한 일부 외국 언론의 왜곡과장보도는 우리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올해도 영국, 호주 등에서 어김없이 복날을 ‘dog-eating festival’로 비하하고, 비좁고 지저분한 우리 안에서 사육당하는 개의 모습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우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도살 직전의 개를 구출하여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입양시키자는 외국 동물보호단체의 캠페인이다. 한국을 바라보는 비딱한 시선 중 하나가 어린아이 해외입양인데, 식용 개까지 해외에 입양시키는 나라가 될 수 있다니!
한국인의 개고기 식용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관점은 아무리 전통 식문화라도 반려동물인 개의 식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분들이 찬성하는 견해이지만, 농경사회 전통생활방식에서 유래한 고유의 식문화에 대한 이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두 번째 관점인 동물복지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개 사육 및 판매는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말은 열악한 시설에서 개를 사육시키고,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에서 개를 도축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국가가 묵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의 자부심인 한식세계화는 인류 보편적 가치의 수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부가 2012년부터 동물 복지인증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개고기 식용 찬ㆍ반과 관계없이 반려동물인 개를 학대하는 부끄러운 현장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제 우리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식용 개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고 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해결의 열쇠를 찾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삼계탕과 같이 숙성시키고 찌고 삶는 우리의 탕음식을 세계인이 좋아할 수 있는 웰빙 건강 보양식으로 개발하여 널리 알리는 것도 복날 보양식에 대한 일부 외국 언론의 편파보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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