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교체 왜 이렇게 더뎌”…속타는 조범현 kt 감독

▲ 조범현 감독
▲ 조범현 감독

프로야구 kt wiz 조범현 감독은 최근 구단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달라고 했다. 대상은 투수 슈가 레이 마리몬과 요한 피노다. 2명 모두 교체를 요구한 건 지, 2명 가운데 1명을 교체해달라고 한 건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 감독이 외국인 선수 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꺼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그동안 구단 운영에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구단의 지원하에서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실전에서의 경기력만을 책임졌다. 선수 구성 등 구체적인 운영의 청사진은 프런트가 전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랬던 조 감독이 태도를 바꿨다. 그만큼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올 시즌 슈가 레이 마리몬, 트래비스 밴와트, 요한 피노로 외국인 마운드를 구성했다. 빈약한 선발 투수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7일 현재까지 이들 3인방이 쌓은 승수는 고작 12승에 불과하다. 마리몬이 6승(4패·평균자책점 5.23), 밴와트가 4승(6패·ERA 4.62), 피노가 2승(2패·ERA 8.48)이다. 이는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홀로 올린 11승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족한 기량 외에도 조 감독의 한숨 소리를 키운 건 잦은 부상이다. 피노는 지난 4월 중순 왼 햄스트링 부상으로 50일 가까이 공백기를 가졌다. 6월 피노가 돌아오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마리몬이 팔꿈치 통증으로 빠졌다. 지난달 26일 1군에서 말소된 마리몬은 당초 복귀까지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장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지난해에도 외국인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크리스 옥스프링, 앤디 시스코, 필 어윈으로 외국인 선발진을 꾸렸지만, 12승을 올린 옥스프링을 제외하곤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어윈과 시스코가 챙긴 승수는 둘이 합쳐 고작 1승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 부진으로 고생한 만큼 올해는 확실한 카드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 성적이 보여주듯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조 감독은 지난 6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얼마나 좋은 투수를 데려오려고 이렇게 교체가 지지부진한 지 모르겠다”며 “다른 구단은 잘만 데려오고 있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어 “한 300만 달러짜리 투수를 영입하려고 하는 모양”이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덧붙였다. 조 감독의 애타는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구단의 움직임은 아직 미온적이다. 현지에 파견된 인력 하나 없이 “미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후보를 추리고 접촉 중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미국도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기존 구단과 계약 문제가 있다”며 “새 선수를 구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새 외국인 투수가 기존 선수보다 못하면 어떡하느냐는 두려움도 구단의 결정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조 감독도 “시간이 촉박하지만 제대로 된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간 kt의 행보를 미뤄봤을 때 거액을 들여 국내 타자들을 압도하는 기량을 갖춘 투수를 데려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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