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외식 가성비 경쟁, 농산업에 던지는 화두는?

시장의 트렌드가 브랜드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바뀌면서 가성비 경쟁이 외식산업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성비는 ‘가격대비 성능’의 준말로 전자 기기나 자동차와 같은 상품 군에서 주로 쓰였던 용어였는데, 이제는 음식점 평가의 절대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외식업계에서 가성비는 ‘가격대비 만족도’로 이해되고 있는데 지불의향가격 대비 맛, 음식의 양, 접객서비스, 분위기 등에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을 때 가성비 좋은 음식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집으로 손꼽히는 음식점의 면면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단순히 음식가격만을 비교하여 음식점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신선한 식재료로 건강하게 요리한 맛있는 음식을 주머니가 허락하는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 욕구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음식에 관해서 둘째라고 하면 서러워할 이웃 중국도 보여주기식 외식문화의 퇴조로 인하여 살아남기 위한 외식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라고 한다.

 

도시락을 대표상품으로 외식업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편의점까지 가세한 가성비 경쟁에서 성공의 시나리오를 쓰는 음식점 경영주는 누구일까? 음식점 매출에서 60%를 차지하고 있는 식재료비와 인건비를 낮출 수 있는 묘안을 찾은 사람일 것이다. 그 답은 양질의 식재료를 전처리하여 음식점에서 최소의 조리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음식을 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일 것이다.

 

우리나라 식용 농산물의 42%를 소비하는 식품·외식산업의 가성비 경쟁은 농산업에도 변화의 채찍을 요구하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농산물 가계소비가 급격히 줄어들 수도 있어, 식품ㆍ외식산업과 같은 대량 소비자의 수요변화에 발맞추는 국산 농산물 소비확대의 중요성이 더 커져가고 있다.

 

외식업체가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는 주된 요인은 높은 가격, 공급의 불안정성, 균일하지 않은 품질, 낮은 요리적성 등이었다. 개별농가단위에서 이런한 대량소비자의 요구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품목별로 조직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품목별로 규모화된 생산은 대량 소비자가 원하는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대량소비를 겨냥한 전저리 농산물 생산·유통은 상품화 수율을 높이고, 선별·포장·운송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 가격도 합리적인 선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품목별 조직화는 오랫동안 회자되어온 진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농산업현장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품목별 조직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이제는 가치소비시대에 맞는 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농업인과 농산업계 내외 전문가가 나서야 할 때이다. 

사단법인 ‘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과 같은 자생적인 민간단체가 미래의 씨앗을 뿌려나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도 자생적인 민간단체가 농산업 현장에서 새싹을 잘 키워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성비 경쟁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해 외식업과 농산업은 같은 답을 찾고 있다. 국내 농산업이 그 답을 제공할 수 있다면 외식업 경영주에게는 지름길로 갈 수 있는 정말로 반가운 일일 것이다. 만일 국내 농산업이 그 답을 주지 않는다면 외식업 경영주는 주저 없이 다른 길로 갈 것이다.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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