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임기 후반기 첫 민생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했다.
고된 삶에 지친 이들은 고통스런 몸과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3일 오전 6시 20분. 서구 석남동의 한 직업소개소에는 20여명이 모여 있다.
이들은 갈아입을 옷가지와 신발, 수건 등이 들어 있는 가방을 옆구리에 낀 채 일자리를 배정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56)는 “요즘 며칠 비가 와서 벌이가 시원찮아 일요일에도 나왔다”며 “생활비가 부족해 비교적 일당이 많은 건설현장 잡일을 할 생각이지만 일 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용접기술도 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을 배정받기 어렵다”며 “나처럼 일 할 수 있는 힘과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마음껏 일 할 수 있는 인천이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모씨(22ㆍ대학생)는 “1년에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친구와 이곳을 찾았다”며 “일반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도 제대로 안 주는 곳도 많아 몸은 힘들더라도 막노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법으로 정한 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직업소개소를 찾은 20여명 중 이씨 등 5명만이 공장 포장 등 잡 일을 간신히 건졌을뿐, 김씨 등 15명은 가져왔던 가방도 풀어보지 못한채 발길을 돌렸다.
이에 앞서 유 시장이 만난 원도심 쪽방촌 주민들은 “더 이상은 못 살겠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만이라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일 오후 3시 동구 송림 3 주택재개발 사업구역.
좁고 비탈진 골목을 따라 깨지고 금이 간 슬레이트로 간신히 비를 막는 낡고 허름한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후미진 골목에는 가로등 하나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고, 집터였던 곳에는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방치돼 있었다.
비탈진 골목 맨 위쪽에는 박정순씨(여·86)가 재래식 부엌이 딸린 방 한 칸에서 살고 있었다. 그나마 집에 비가 새지 않아 다행이라는 박씨는 “재개발 한다고 집도 고치지 못해서 비가 새고 무너져 내릴 걱정에 다 떠나가 열 집에 한 집 꼴로 빈집이다.”라며 “재작년 비가 많이 와서 옆집이 무너져서 지금은 쓰레기장으로 변했다.”라고 말했다.
또 인근 공공임대주택이 추진되고 있는 인현구역도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주민들은 가구수가 적어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없다는 삼천리도시가스의 입장 때문에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기택씨(남·76)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가스렌지 옆에 LPG통을 놓고 있어 위험한 처지다”며 “특히 겨울철이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난방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씨는 “연락이 끊긴 자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동네를 지키며 사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덧붙였다.
민생현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 유 시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받아 적었다.
이어 유 시장은 “후반기에는 사회적 약자의 복지에 힘써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시민행복체감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민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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