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타선을 상대로 6회까지 2점밖에 내주지 않았던 kt wiz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가 마운드를 내려간 직후였다. kt의 ‘방화’가 시작됐다. 몸에 맞는 공과 안타, 실책까지 겹치면서 1점을 헌납한 뒤 1사 만루 위기가 찾아왔다. 6대3으로 앞서고 있지만 홈런 한 방이면 역전도 가능했다.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밴와트는 두 손으로 얼굴을 절반쯤 가린 채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캡틴’ 박경수는 당시를 가리켜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했다. 그는 “팀이 연패를 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이런 위기에 처하니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도 이렇게 지는구나 싶었다. 승리를 또다시 놓치게 된 밴와트에게도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7회 1사 만루 역전 위기에서 조범현 kt 감독은 투수를 교체했다. 좌완 홍성용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좌완 심재민을 올렸다. 심재민은 SK 박정권을 유격수 내야플라이로 처리했다. 7회 첫 아웃카운트를 올린 순간이었다.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 kt 선수단을 감싸기 시작한 순간이기도 했다. 밴와트 역시 주먹을 불끈 쥐며 희망을 키웠다.
심재민은 다음 타자인 박재상과 승부에서 2볼-2스트라이크란 유리한 볼 카운트를 점했다. 이 승부처에서 심재민은 시속 145km 직구를 던졌다. 박재상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구는 바운드 뒤 kt 3루수 앤디 마르테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르테는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재빨리 1루로 송구했다. 1루수 유민상이 포구하면서 병살타가 완성됐고, 아웃카운트 3개가 모두 채워졌다. 최대 위기를 넘긴 kt는 10대5로 이겼다.
6경기 만에 선발승을 올린 밴와트는 “동료들 덕분에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7회 위기에 대해서는 “쉬운 상황이 아니어서 긴장도 되고, 걱정이 많았다”고 하면서도 “동료들을 믿고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심재민이 잘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심재민을 절대적으로 믿었다”고 미소 지었다.
박경수도 밴와트가 승리를 거둔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책으로 1사 만루 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던 그였다. 박경수는 “밴와트가 그동안 상대 에이스를 상대하면서 매번 어려운 승부를 했다. 오늘은 꼭 승리 투수로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고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승리는 동료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듯했다.
동료애는 이처럼 강한 힘을 불러 일으킨다. 집중력과 믿음을 낳는다.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동료애다. 개인이 잘해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잘하기 때문에 강팀이 된다. 조 감독도 이날 승리에 대해 “선수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경기일보 뉴스 댓글은 이용자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건전한 여론 형성과 원활한 이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사항은 삭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경기일보 댓글 삭제 기준
1. 기사 내용이나 주제와 무관한 글
2. 특정 기관이나 상품을 광고·홍보하기 위한 글
3. 불량한, 또는 저속한 언어를 사용한 글
4. 타인에 대한 모욕, 비방, 비난 등이 포함된 글
5. 읽는 이로 하여금 수치심, 공포감,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글
6. 타인을 사칭하거나 아이디 도용, 차용 등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침해한 글
위의 내용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불법적인 내용이거나 공익에 반하는 경우,
작성자의 동의없이 선 삭제조치 됩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