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wiz 내야수 박경수(32)는 지난 26일 팀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썼다. 이날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서 열린 원정 경기에 5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0대0으로 맞선 2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장원삼의 130㎞ 슬라이더를 두들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구단 사상 첫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박경수는 앞선 25일 경기에서도 9·10회 연타석 홈런을 쏴 올렸다.
박경수 본인의 첫 3연타석 홈런으로 이전까지 연타석 홈런도 없었다. 25일 삼성전이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날이었다. 2003년 성남고 졸업 뒤 계약금 4억3천만원을 받고 LG 트윈스에 입단한 박경수는 ‘천재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10년 넘게 유망주에 머물렀다.
2014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t로 둥지를 옮긴 그는 주전 2루수가 되면서 뒤늦게 기량을 꽃피웠다. 홈런을 ‘펑, 펑’ 터뜨리면서 ‘수원 거포’란 별칭까지 얻은 그는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22개) 고지를 밟았고, 타율도 0.284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 같은 활약이 밑바탕이 돼 박경수는 지난 시즌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나서기도 했다.
올 시즌 팀의 주장까지 맡게 된 박경수는 한층 더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26일까지 치른 66경기에서 타율 0.295, 홈런 12개, 타점 46개, OPS(출루율+장타율) 0.879를 기록하면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현재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타격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 경신이 유력하다.
박경수는 지난주 5경기에서도 홈런 4방을 포함해 타율 0.389, 6타점, OPS 1.556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kt는 박경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두산, 삼성을 상대로 3승2패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던 원정 5연전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냈다. 팀 순위는 여전히 9위로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5위 LG와 승차가 3경기에 불과한 만큼 역전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경수는 “우리 팀이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쁘다”며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팀 타선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데,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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