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들 다 큰 소를 팔아도 송아지나 암소를 못 사고 있어요…. 가격이 좀 비싸야지. ”
강화군에서 한우를 키우는 A씨(49)는 3년 전쯤 한우 70마리를 키우다 지금은 절반으로 줄였다. 한우 값이 치솟으면서 번식소(암소)와 송아지 가격은 더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A씨는 “소를 키워 출하하는 2년 뒤에도 이 가격대를 유지하면 다행이지만, 소 값이 떨어지면 오히려 적자”라며 “지금은 손을 놓고 가격이 내려가는 것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강화지역 한우 농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우를 판 돈으로 대출금을 갚거나, 위탁계약을 체결한 대기업에 그동안 외상으로 달아놓은 사료 값을 정산하고 팔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실정이다.
강화지역 한우 농가들이 입식(가축을 사들여 키움)을 꺼리면서 지역 대표 축산브랜드인 ‘강화섬약쑥한우’도 비상이 걸렸다.
강화섬약쑥한우는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내놓은 강화지역 특산품 중 하나다.
강화지역 한우는 출하 전 6개월 동안 1일 30g 정도 강화에서 생산된 약쑥 발효 첨가제를 먹여 키운다.
지난 2012년 축산물등급 판정 결과 1+이상 등급 출현율에서 전국 4위를 차지하는 등 매년 전국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강화군지회 심현주 사무장은 “강화섬약쑥한우는 횡성한우 못지않지만, 요즘처럼 가격이 비싸면 고객들이 한우 자체를 찾지 않는다 ”며 “2~3년 뒤 가격이 내려가야 판매량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은 강화지역이 전체 한우 사육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강화지역 한우 사육두수는 1만8천217마리로 인천 전체의 89%, 사육가구는 447가구로 인천 전체의 81%로 각각 조사됐다.
그런데 올해 1분기 전국의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259만6천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만3천마리가 줄었고, 1∼4월 한우 출하물량은 25만9천마리로 지난해보다 19.4%나 감소했다.
6~7개월 된 한우 송아지의 최근 평균 산지가격은 마리당 316만원~38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뛰었다. 암소는 지난해 시세보다 100여만원이나 높은 1천만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같이 한우 출하물량이 준 이유는 지난 2012년 한우 가격이 폭락하자 소규모 농가들이 상당수 사육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심현주 사무장은 “정부가 당시 분뇨 문제 등으로 축사 규제가 강화되고, 암소를 도축하거나 축사를 폐업하면 지원금을 주는 식으로 한우 축소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치솟은 한우 값을 잡을 뚜렷한 대안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0개월 미만 거세우 조기 출하비를 지원하고, 관측모델을 개발해 가격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간접적인 대책일 뿐이다.
인천시나 강화군도 “농림부로부터 특별한 지시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축산업계에서는 한우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생산자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평구 십정동 도축장에서 16년째 육가공업체를 하는 B씨(36)는 “현재 한우 유통구조는 농협과 대형 유통업체가 수급 조절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한우 값을 잡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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