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정부 ‘지방재정개혁’ 일파만파

지자체 위협… 改革 아닌 改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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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민 세금지키기 비상대책추진협의회가 지방재정제도 개편 반대를 위한 수원시민 세금지키기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예고하면서 정부-자치단체, 자치단체-자치단체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또 정부의 개편안이 주민 생활에도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 주민은 물론, 시민·사회·종교단체까지 정부를 향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갈등과 반발의 이유는 하나로 축약될 수 있다. 바로 ‘지방자치제도’다. 중앙정부(행정자치부)가 지방정부(자치단체)를 대등한 개념이 아니라 종속된 개념으로 바라보려 하기 때문이다.

 

김진표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이자 전 경제부총리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돈이 없으면 국민을 위한, 주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로 돈(세금)으로 지방정부에 입김을 불어넣으려는 중앙정부의 시대착오적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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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성남·용인·고양·화성·과천 등 6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4월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재정 개악 저지를 위한 불교부단체장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지방재정개혁 추진방안이 지자체 말살 정책이라며, 즉각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방재정제도 개편안 들여다 보니…
지방재정제도 개편의 핵심은 2가지다. 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과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 전환이다.

 

첫째로 조정교부금 배분방식 변경을 들여다보자. 정부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36조에 따라 자치단체가 주민에게 받은 지방세 일부를 국세로 가져간다.

 

이 돈으로 각종 국책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며, 일부는 재정결함이 있는 자치단체에 보조(조정교부금-보통교부세)한다. 전국의 자치단체 중 조정교부금-보통교부세를 보조받지 않는 곳은 수원과 성남, 화성, 용인 고양, 과천 등 6개 자치단체로, 불교부단체라 불린다.

 

현재 이들 6개 불교부단체는 연 33조원 규모의 보통교부세를 정부로부터 보조받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 기여한 지방세 중 일정 부분(특별교부세)을 돌려받고 있다. 그런데 이 특별교부세를 없애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방세를 가져간 뒤 한 푼도 돌려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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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성남·용인·고양·화성·과천 등 6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4월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재정 개악 저지를 위한 불교부단체장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지방재정개혁 추진방안이 지자체 말살 정책이라며, 즉각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둘째로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 전환이다. 현재 자치단체 재원의 주 수입원인 법인지방소득세 중 50%를 도세(광역자치단체)로 조정, 전액을 소속 자치단체에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것이다. 기업유치와 관리감독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은 간과한 것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가지 모두 자치단체의 구멍을 정부가 아닌 자치단체가 메우라는 뜻이다. 이 같은 정부 개편안이 이뤄지면, 자치단체의 가용재원이 줄어들게 되면서 각 고장에서 이뤄졌던 문화 및 관광, 체육행사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 주민 복지를 위한 주민센터 프로그램과 장애인복지관 운영, 경로당 사업, 노인장기요양시설 및 재가 급여가 상당 부분 축소된다.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도 차질이 불가피하며 그동안 가격 상승을 억제했던 쓰레기봉투 값이나 상하수도 요금, 공용주차장 요금 등도 인상된다.

 

이 때문에 수원과 용인, 화성, 고양, 성남, 과천 등 6개 불교부단체는 물론이고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여야를 막론한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 시민사회단체 등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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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14일 수원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지방재정제도 개편안 저지 범시민 궐기대회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고사 위기
남경필 경기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6개 불교부단체 자치단체장이 정부를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정찬민 용인시장, 최성 고양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등은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시군조정교부금의 배분방식을 변경하고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전환하려는 지방재정 개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따라 이들 6개 자치단체는 시군별로 최대 2천700억원, 총 8천원억 이상의 세수가 줄어든다. 이들은 “이번 지방재정 개편안이 추진되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치단체의 재정이 파탄이 날 것”이라면서 “당사자인 시군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자치재정 확충이 돼야 한다. 정부는 앞서 제시했던 지방소비세율 단계적 확대(현행 11%에서 16%), 지방교부세율 상향조정(19.24%에서 20% 이상), 지방세 비과세와 감면 축소 등을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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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4일 오후 수원시의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지방재정제도 개편 저지를 위한 자치단체 실무자회의’에서 김주호 수원시 기획조정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늘어난 복지사업 등으로 지방정부가 부담한 4조7천억원의 손실분을 보전하는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전혀 시행하지 않고 전체 지자체를 교부단체화하려는 것은 지방자치에 맞지 않고 수용할 수 없다”며 “지방재원 확충에 대한 20대 국회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작심한 듯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남 지사도 같은날 경기도의회 제310회 2차 본회의에서 이재준 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직설화법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정부의 지방재정개혁안에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 형식을 보면 문제가 있다”면서 “내용면을 보면 새로운 재원 마련 없이 하향평준화하는 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파이를 늘려 상향평준화하는 것이 정책 방향인데 이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하향평준화”라고 비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또 “형식 면에서도 교부금 제도를 개선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바꾼다는 게 문제가 있다”며 “도와 시군과의 소통 없이 이뤄졌다. 이건 소탐대실의 정책이라는 우려가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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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의회가 4월29일 지방재정제도 개편에 대한 반대 결의를 다짐했다

글 = 안영국기자 사진 = 김시범ㆍ전형민ㆍ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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