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스타] kt wiz 주권, '지금부터 시작이야'

▲ 주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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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 wiz와 넥센 히어로즈가 맞붙은 지난 27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kt가 8대0으로 앞선 9회초 우완 주권(21)이 마운드에 섰다. 1회부터 8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은 주권은 9회 첫 타자 김지수를 삼진으로 잡았다. 1루 쪽 kt 팬들은 ‘주권’을 외쳤다. kt는 지난해 1군 무대에 뛰어든 뒤 이날 전까지 70승을 거두는 동안 단 한 번도 완봉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넥센 박정음이 삼진으로 돌아서고, 대타 채태인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서면서 kt의 첫 완봉승은 완성됐다. 프로 2년차 투수 주권이 kt의 역사를 써낸 것이다.

 

주권은 프로 데뷔 후 이날 전까지 선발 9경기(구원 포함 총 23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떠안았다. 퀄리티스타트는 한 차례도 없었다. 가장 길게 던진 게 5.1이닝밖에 되지 않았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도 5이닝에 가까워지면 흐름이 이상하게 꼬였다. 하지만 조범현 kt 감독은 “팀의 미래를 짊어질 투수”라며 꾸준히 선발투수로 기용했고, 주권은 이날 완벽투로 믿음에 응답했다. 주권은 “첫 승을 거둬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정명원 kt 투수코치는 “진작에 승리를 따냈어야 할 투수였는데, 조금 늦었다”고 했다. 주권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구위가 좋았다. 지난해 그를 괴롭혔던 어깨 부상을 떨쳐내면서 공에 무게가 실렸다. 이날 넥센전에서는 제구까지 완벽했다. 직구는 물론 변화구가 포수 미트에 척척 꽂혔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김종민은 “그레그 매덕스가 연상됐다”고 했다. 매덕스는 ‘컨트롤의 마법사’로 불리며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55승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다.

 

조 감독은 “좋은 기록을 냈으니 이를 계기로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아마 본인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권은 이번 시즌 목표로 ‘부상 없이 선발 한 자리를 꿰차는 것’과 ‘선발 1승’을 세웠었다. 이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주권은 “이대로 하다 보면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주권은 사흘이 지난 현재도 완봉승 경기를 매일 밤 다시 본다. 감격에 빠진 게 아니다. 그는 “좋은 것을 보고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인 셈이다. 주권은 이렇게 두 번째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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