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예산 교육부 손 들어준 감사원 발표… 교육청 “책임도 돈도 없다” 강력 반발

관리·권한 없는 시교육청에
예산만 100% 부담 동의못해
감사결과 정치권도 반발 가세

감사원이 인천시교육청 등 전국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편성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교육부의 손을 들어준 감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 결과를 두고 시교육청은 물론 정치권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20대 국회 개원 이후 관련 법령 정비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감사원은 24일 ‘누리과정 예산편성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 3월 7일부터 4월 1일까지 인천시교육청 등 17개 시·도교육청 예산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다.

 

감사원은 외부 법률전문가 7곳에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교육’과 ‘보육’이 서로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 있고, 관련법 시행령에 구체적 집행방법을 정하지 않아 시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 의무가 있다며 사실상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감사원은 인천시교육청 재원 분석 결과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할 수 있다며 예산이 부족하다는 그동안의 시교육청 주장을 반박했다. 올해 인천지역에서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은 모두 2천412억 원(유치원+어린이집)이지만 시의회를 통과한 편성예산은 594억 원으로 미편성액은 1천256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시교육청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순세계잉여금 64억 원과 목적예비비 132억 원, 본예산에 과다 편성된 사업비 168억 원을 합하면 모두 539억 원의 재정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시가 줘야 할 지방세 정산분과 학교용지매입비 일부가 올해 전입되면 활용 가능재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감사 결과에 시교육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는 시교육청이 오로지 예산만 100% 부담하라는 감사원의 법령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진철 시교육청 대변인은 “인천 3~5세 누리과정 소요액은 초·중·고교 학교운영비 2천400억 원에 버금가는 2천300억 원에 이른다”며 “어린이집 관리·감독 권한도 없는 시교육청에 재정부담만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이 남는 예산이라고 분석한 539억 원에는 시가 제때 주지 않은 전입금과 학교용지부담금, 누리과정을 100% 편성해야 조건부로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 132억 원, 중학교 무상급식으로 편성했다 시의회가 감액한 내부 유보금 72억 원 등이 모두 포함돼 온전한 누리과정 추가재원으로 볼 수 없다”며 “올해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 추가 지원으로 해결해야 하며 내년부터 안정적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20대 국회가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은 정부의 입장을 강변하고 그에 대한 논리를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관”이라며 “자신의 본분을 잊고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감사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통해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 의무가 있고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청와대와 교육부 입장만 반영한 것”이라며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책임 회피에 급급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지원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감사원의 결과 발표에도 누리과정 예산 지원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오는 30일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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