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수출 악순환… 체계적 시스템이 없다
일본,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은 신차 위주의 자동차 시장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중고자동차 수출과 애프터마켓(정비, 부품, 개조 등)에 진출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중고차 시장은 신차의 3~4배 규모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신흥개발국 등 중고차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도 비슷하다.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은 185만대, 중고차 판매량은 359만대로 2배에 육박하고 있다. 해외로 수출되는 중고차 물량은 연간 21만대 수준이다. 특히 이 중 88%가 인천항에서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에서 중고차 수출 산업은 미운 오리새끼다. 송도 중고차수출매매단지는 불법 논란과 환경피해 민원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고 입주업체도 매우 영세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최대 경쟁국인 일본 중고자동차 선진 물류 시스템 등을 분석하고 인천의 중고차 수출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17일 오전 11시 송도유원지 중고차 매매단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중고자동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자동차 사이로 컨테이너 박스에 간판만 달아놓은 중고차 매매상이 즐비하다.
제대로 포장돼 있지 않은 야적장에는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뿌연 먼지구름이 일어난다. 판매용 중고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운반차량과 이용객 차량이 중구난방 뒤섞여 있어 어떤 차가 파는 차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차를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 중동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수입상은 차량의 상태나 품질 등을 꼼꼼히 살피기는커녕 대충 훑어보고 가격을 흥정한다.
중고차 매매상 A씨는 “요즘에는 경기가 안 좋고 중고차 업체 간 경쟁도 심해서 차량 값에서 수익을 내기는 어차피 힘들다”며 “대부분 업체가 판매금액에 따라 환급받는 부가가치세를 주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사온 값에 도로 되파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을 했다. 중고차 수출로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 환급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그야말로 세금을 빼먹는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송도 매매단지에 입주해 있는 중고차 업체는 270여 개에 달한다. 경기가 한참 좋았던 시절에는 업체당 1천600~3천300㎡ 규모의 야적장을 임대해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1천600㎡ 규모 야적장을 10개 업체가 공동으로 쓸 정도로 경기가 안 좋다. 저유가로 중동시장이 위축된데다 선진 물류시스템을 앞세운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매매단지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단지가 들어서 있는 송도유원지는 관광단지 부지로 지정돼 컨테이너 등 가설건축물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다. 단지 내 사무실로 활용하는 수백 개의 컨테이너가 모두 불법 건축물이다.
더욱이 수도 없이 오가는 차량으로 인해 주변에서는 교통 민원을 비롯해 소음, 먼지 등 환경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연수구는 컨테이너 건물 행정대집행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중고차 수출업체인 프로카택의 윤종돈 대표는 “우리나라는 중고차 수출과 관련한 제도나 관련법 등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아무나 와서 중고차를 사고팔다가 힘들면 사업을 접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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