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전문 식당 입점
대부분 인근상가와 업종 중복
매출 반토막… 피해 현실화
롯데자산개발(주)이 지역친화형 쇼핑몰을 내세워 운영하는 롯데피트인 산본점이 지난 2일 문을 연 가운데, 골목상권 붕괴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근 지역 상인들은 롯데피트인이 문을 연 지 일주일여 만에 매출 하락이란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는 대기업이 앞장서 지역 소상공인과 상권을 초토화 시킨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다.
10일 롯데피트인 운영사인 롯데자산개발과 산본로데오거리 상인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인근에 연면적 2만4천500여㎡, 지상 10층 규모의 롯데피트인 산본점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여성패션 편집숍과 캐주얼 브랜드, SPA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영화관, 전문 식당가 등 146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인근 상권과 중복되는 업종이 상당하다 보니 지역 상권의 매출이 고스란히 롯데피트인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롯데피트인 산본점 2~4층에 들어선 의류매장은 주로 중가나 중가 이상의 브랜드로, 세일 등을 할 경우 인근 상권 로드숍에서 판매하는 의류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7~9층까지 3개 층은 전문 식당가가 운영되고 있어 현재 산본로데오거리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91개의 음식점과 업종이 겹친다.
이날 건널목을 사이에 둔 롯데피트인과 산본로데오거리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오전 11시30분께 롯데피트인의 7층 식당가 내 한식뷔페에서는 이른 점심때였음에도 대기 시간이 20분 이상 걸릴 만큼 손님으로 북적였다. 다른 식당가도 마찬가지로 손님들로 꽉 찬 모습이었다.
반면 건너편의 로데오거리에 밀집된 식당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산본로데오거리에서 부대찌개 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9)는 “평소보다 점심, 저녁 시간에 테이블 회전율이 3분의 1가량은 줄어들어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면서 “지난 5~8일까지 황금연휴 때도 손님이 꽉 들어찰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게가 텅텅 비어 깜짝 놀랐는데 백화점 내의 부대찌개 집은 사람들로 넘쳐난 것으로 알고 있다. 대기업이 왜 굳이 골목상권에 들어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매출 감소를 우려한 나머지 폐업을 고려하는 점포들도 늘고 있다. 로데오거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롯데피트인이 들어선 뒤 인근 상가의 물건이 예년보다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세입자들이 이전을 타진하거나 (일반 상권의) 권리금도 빠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태순 산본로데오거리상인회장은 “애초에 롯데자산개발 측에서는 산본로데오거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를 롯데피트인 내에 중복되지 않게 최대한 배제한다고 했지만, 화장품과 신발은 일부 같은 브랜드가 들어섰다”면서 “산본지역에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와 지역경제를 창출하고 중소상인과 동반성장을 한다고 했지만 결국 지역상권을 죽이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정현 롯데피트인 산본점 부점장은 “개장한 지 일주일 만에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게 확인이 가능한 부분인지 모르겠다”면서 “상권과의 상생과 관련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훈ㆍ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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