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경기도의 60개 의석 중 3분의 2에 달하는 40개 선거구에서 당선자를 배출, 전체 선거판도에서 여소야대의 의회 권력 이동을 이루는 핵심 요소가 됐다. 사진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지도부 모습.(왼쪽부터)
‘반전과 경악’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를 맞이한 경기도의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은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다.
경기도의 선거구가 지난 총선에 비해 8석이 늘어나면서 60석으로 증가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어 최대 38석까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세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야권분열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던 더불어민주당이 경기도의 60개 의석 중 3분의 2에 달하는 40개 선거구에서 당선자를 배출, 전체 선거판도에서 여소야대의 의회 권력 이동을 이루는 핵심 요소가 됐다.
경기도 지역구 60석 중 40석 더민주 품에…
더민주를 비롯한 역대 야당이 광역자치단체 한곳에서 40명의 의원을 배출한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열풍에 힘입어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된 17대 총선에서도 경기도에서는 35명의 의원을 내는데 그쳤었다. 그러한 중요한 이슈도 없는 이번 총선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40석 고지를 밟으면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낸 것이다.
그것도 제2야당인 국민의당이 도내 48개 선거구에 후보를 내고 정의당 역시 3명의 현역의원을 비롯해 13명의 후보를 내면서 야권이 분열된 양상 속에서 일궈낸 성적이라 더민주 스스로도 놀란 모습이다. 더민주가 이곳 경기도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게 된 데는 ‘경제심판’의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야당심판론’에 맞서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비대위 대표 영입을 통한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정책 심판’이었다. 이같은 더민주의 전략은 그치지 않는 불황과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결정적인 한수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이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친박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내세워 유승민 의원의 탈당과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 윤상현 의원의 막말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지지층의 붕괴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적극지지층의 민심 이반 현상은 지지율차가 크게 나지 않는 수도권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근소한 차이로 대거 낙선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야권분열을 넘은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 효과는 수도권에서의 새누리당 완패와 제1정당의 교체로 이어졌다.
정당투표선 국민의당 돌풍
총선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교차투표 가능성이 예상됐다. 유권자들이 후보 투표는 기존에 여야를 대표했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하면서도 정치변화에 대한 욕망을 국민의당 정당 투표를 통해 표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그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국민의당이 2명의 현역의원을 포함해 경기도 48개 지역에 후보를 냈음에도 단 한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정당 투표에서는 근소하게 더민주를 앞선 것이다. 전국 최다이자 1천만명이 넘은 유권자가 있는 경기도에서 국민의당이 얻은 정당유효득표수는 152만1천240표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얻은 635만5천572표의 23.9%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국민의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높게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얻은 796만272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더민주의 606만9천744표를 뛰어넘으면서 비례대표 의원으로만 13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투표 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에서 대거 당선된 지역구 의원을 포함, 38석을 확보하면서 제3정당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반면 호남을 제외하며 안철수 공동대표와 김성식 전 의원이 서울의 두곳에서 당선되는 데 그치면서 호남정당에 머물게 됐다는 점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게 됐다.
더민주의 반전에 국민의당의 선전까지 보태지면서 새누리당은 당초 목표했던 180석은 고사하고 과반의석에 국회 다수당 의석수 확보에도 연이어 실패하면서 제2당으로 밀리는 굴욕을 경험하게 됐다. 20대 국회 초반, 원구성에서부터 거대 야당과의 끊임없는 사투를 벌여야 하는 소수여당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이 앞으로 청와대와 정부에서 요구하는 각종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이번 총선을 통해 캐스팅보트로 부각된 국민의당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면서 역대 최악의 계파다툼 후유증으로 남게 됐다.
오세훈·김문수 등 여당 잠룡 ‘고배’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야당의 잠룡들이 대거 영향력을 과시하며 지지세를 획득한 반면 여권의 주자들은 하나같이 책임론에 휩싸이게 됐다.
여권의 제1 대선 주자로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비참한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총선 이튿날인 4월14일 대표직을 사퇴했다.
총선 이전부터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위해 사퇴할 계획에서 하루 아침에 총선 대패에 대해 책임을 지는 불명예 퇴진으로 둔갑한 뒤였다. 그동안 여당의 대표로서 누려왔던 지지율 프리미엄이 빠진다면 김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경기지사를 지내면서 대선 경선에까지 참여했던 김문수 전 지사는 대구수성갑에서의 낙선으로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에 나섰던 당시 새누리당의 기반인 영남의 지지가 부족했음을 절감하고 대구 진출을 선언했으나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해 온 더민주 김부겸 의원에게 시종일관 밀리는 선거 끝에 낙선하면서 정치적 재기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전락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김무성 대표를 일시적으로나마 추월하면서 돌풍이 예상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서울 종로에서 큰 격차를 보이면서 낙선하면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다 실패한데 이어 재기를 꿈꾸며 도전한 종로 선거에서까지 완패로 결론이 내려지면서 오 전 시장의 앞날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반면 공천 파동의 중심에 있던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주가는 청와대의 의도와는 달리 날로 상승하고 있다. 청와대와 대립각을 보여온 유 의원이 공천 파동 끝에서도 원내진입이 이뤄진 가운데 새누리당이 몰락하면서 유 전 의원의 복당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유 전 의원이 보수층의 대권주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유력 주자들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잠재된 대권 주자이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그들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카드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야권에서는 김문수 전 지사를 여유있게 따돌린 김부겸 의원이 급부상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하며 안정적으로 3선을 했던 군포를 뒤로 한 채 대구 출마를 강행,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한차례씩 낙마했던 그는 극적인 당선을 통해 한걸음에 대선주자 반열로 올라섰다.
정세균 전 대표도 종로에서의 완승을 바탕으로 대권에 재도전할 추진력을 얻게 됐다. 차기 당 대표를 놓고 진행될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지 여부가 관심사다.
비록 공천에서 자신들의 측근이 대거 낙마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 등 일부 인사들이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최악이라는 평가에서는 벗어난 반면 오랜 칩거를 깨고 선거 과정에서 기지개를 폈던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경우 자신이 지원을 한 후보들이 열세라는 평가를 딛고 당선됨에 따라 보이지 않는 큰손임을 과시했다.
반면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선거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호남에서의 비판론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그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야권의 대선주자로서는 힘들다는 발언과 호남 선거를 질 경우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내용의 발언 등을 통해 호남의 지지를 얻고자 했으나 국민의당이 호남을 휩쓸면서 정치 입문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의 선전에 힘입어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더민주와의 연대 유혹을 이겨내고 마이웨이를 선택한 도박이 성공하면서 기존 정치세력을 대신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보여줬다.
20대 국회 여야 대결 국면 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게 됨에 따라 안 대표가 얼마만큼의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가 대선까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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