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말뫼의 눈물, 절망에서 희망을 만들다

필자는 몇년 전 스웨덴 말뫼(Malmoe)를 방문 적이 있었다. 말뫼는 스웨덴에서 3번 째 큰 도시로 인구 약 32만명에 스웨덴 맨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과 외레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외레순대교로 연결되어 있는 항구도시이다. 말뫼는 스웨덴 조선업의 본거지로 조선업의 성장에 힘입어 1980년대까지는 도시가 크게 번창했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조선업의 후발경쟁국들에 밀리며 도시의 성장이 멈추고 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도시를 떠나며 도시가 황폐해졌다가 신재생에너지를 도시의 경제자원으로 해서 에코도시로 거듭나며 도시가 다시 살아난 사례의 도시이다.

 

말뫼 시민들은 2002년 현대중공업이 말뫼에 있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가 문을 닫으며 선박 건조에 사용되었던 골리앗 크레인의 해체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단돈 1달러에 구입하여 울산으로 가져간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말뫼의 경제적 상징이던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되어 운송선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린 말뫼의 시민들의 아픔을 말뫼의 눈물이라 하고 있다.

 

그러나 말뫼는 신재생에너지 도시로 완전히 탈바꿈하며 2020년까지 탄소중립도시, 그리고 2030년에는 도시 전체가 완전히 신재생에너지로만 살아간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조선업 중심의 공업도시가 쇠퇴하며 절망에 빠졌다가 이제 신재생에너지가 말뫼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며 세계적인 에코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편, 2002년 말뫼의 눈물을 뒤로하고 골리앗 크레인을 가져오며 말뫼시민의 원망과 부러움을 샀던 세계 1위의 한국 조선업이 세계적인 불황과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경쟁 심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조선업에서의 일자리 감소와 함께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거제 등 그동안 조선업에 의지해 성장하여 온 지역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조선업 전체적인 구조조정이 논의되면서 기업의 통폐합으로 인한 대량 실업이 예고되면서 지역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 부족으로 고민에 빠진 한국경제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각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유치에 힘을 쏟아왔다. 지금까지 각 지역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산업도 있고, 앞으로 투자유치를 통해 향후 지역경제의 희망이 될 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산업이나 기업도 경제 환경이 바뀌고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뫼의 예를 보더라도 골리앗 크레인을 해체해서 한국으로 보낼 때만 하더라도 그동안 말뫼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 왔던 조선업이 후발 경쟁국에 밀려 무너지고 지역경제가 흔들리면서 주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말뫼를 떠났지만, 절망 속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지금의 세계적 에코도시로 부활하지 않았는가. 말뫼의 눈물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반전된 사례는 현재 우리의 지역경제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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