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4·13총선 물건너간 야권연대

더민주·국민의당 제갈길 ‘一與多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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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앞줄 왼쪽부터)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3월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며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일여다야(日與多野). 하나의 여당에 다수의 야당을 일컫는 말로 다당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에서의 이같은 정치구도는 필연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다르다.

 

선거에서의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야당 간 연대를 통해 여야가 일대일 구도를 갖춰 선거 나서는 모습이 최근 수년간 잇따랐다.

 

19대 총선에서는 야권연대를 통해 경기지역에서는 당시 통합진보당 심상정, 김미희 후보가 원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민주통합당은 야권의 단일된 지지를 등에 업고 경기도내 52개 선거구 중 29석을 차지하는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야권에서는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연대의 힘을 통해 여권의 대응하는 세력의 일원화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의 야권연대는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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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월24일 현역의원 평가에서 5선의 문희상 의원 등 하위 20%에 포함된 10명을 공천에서 원천 배제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비례대표 백군기, 홍의락, 김현, 임수경 의원. 지역구 문희상(5선), 신계륜(4선), 노영민(3선), 유인태(3선), 전정희(초선), 송호창(초선) 의원
올 초 창당하면서 일약 제3당으로 자리잡은 국민의당이 야권연대를 놓고 내부 갈등에 빠지면서 야권연대에 필요한 골든타임이 지나가 버린 영향이 컸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 시절 정의당과 총선에서 정책연대를 하기로 했던 더불어민주당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접어들면서 야권연대와 관련해 이렇다할 진척을 보이지 못한 것도 야권연대의 악재가 됐다.

야권연대는 김종인의 꽃놀이패?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야권이 통합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이후 야권의 통합 또는 연대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됐다. 김 대표는 연일 국민의당을 압박하며 야권통합을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제안을 둘러싼 여러가지 해석이 엇갈렸다.
첫째는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감에 빠져있는 의원들을 흔들어 국민의당 내부를 분란에 빠뜨리겠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제안이라는 것이다.

 

이 예상은 국민의당이 야권연대를 절대 할 수 없다는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연대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김한길 공동 선대위원장 간 의견이 충돌하는 내분을 겪으면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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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자리에 모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들 2. 공정선거지원단이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위한 활동을 다짐하고 있다 3.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3월7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 안철수 대표의 야권통합 반대 입장 발언을 듣고 있다
김 공동선대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이같은 의견에 동조한 천정배 공동대표 역시 당무를 거부하는 등의 내홍에 휩싸이면서 안 공동대표는 외로운 싸움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김종인 대표가 안 공동대표를 제외한 다른 의원들에 대해서는 복당을 받아들이겠다는 식의 발언까지 하면서 안 공동대표가 격노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민주는 당초 3월11일 발표하려던 서울 광진갑(김한길 의원 지역구)과 경기 안산상록을(김영환 의원 지역구)에 대한 공천 결과를 며칠 늦추면서까지 이들의 회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후 천 공동대표가 안 공동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당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나마 수습이 이뤄졌지만 김 의원이 야권연대 성사 실패에 책임지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정치9단인 김종인 대표의 ‘안철수흔들기용 전략’이 보기좋게 통했다는 평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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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김 대표의 제안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은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총선 패배로 이어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야권에 대한 심판론에 대해 부담감을 덜어냈다는 것이다.  

 

야권 제1당의 대표로서 여타의 야권 정당에게 통합을 제안했지만 이를 국민의당이 거부하면서 야권이 총선에서 열세를 거둘 수밖에 없게 됐다는 포석을 다진 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경우 야권연대를 거부한 국민의당으로 야권 지지자들의 화살이 돌려지기 때문에 통합을 제의, 행여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뒷일을 보장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철수의 마이웨이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 이후 국민의당은 바로 위기감에 빠져들었다. 창당 당시의 호기로운 모습보다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은데다 특히 수도권과 호남의 지지율이 급속도로 빠지면서 당내 의원들에게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에게서 이같은 모습이 더 두드러졌다.

 

서울 광진갑을 지역구로 하는 김한길 의원은 공식석상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야권연대 불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김 의원은 천 공동대표가 안 공동대표의 설득을 통해 당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3월15일 “야권의 지도자들은 한달뒤의 결과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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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예비후보가 출마의 변을 밝힌 뒤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 공동대표는 당론으로도 결정된 만큼 야권연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선을 그었다.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첨예한 득표율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에서의 전패가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 안 대표는 “차라리 광야에서 죽겠다”며 야권 연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안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야권이 몰락하면 죽는건 국민이요, 민생, 이땅의 민주주의”라며 야권 지도자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3월16일 진행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당대당 야권연대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피력하면서 야권연대 가 사실상 어려워졌음을 시인했다.

 

더민주와 정책연대를 하기로 했던 정의당도 연대와 관련 협의가 지연되면서 미뤄왔던 수도권 지역구에 후보를 내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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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천정배 공동대표가 3월2일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최고위원과 함께 손을 들고 있다
당대 당은 “NO”… 후보대 후보는 ‘OK’
20대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야권을 향한 지지자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시민단체와 정치 원로인들이 모인 ‘야권의 단합과 2016년 총선 승리를 위한 수도권연대’는 야권연대를 촉구하는 성명을 통해 “더민주 김 대표와 국민의당 안 대표의 무책임한 언행과 정치 지도력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은 당 차원의 수도권 연대에 나설 것을 즉각 선언하고 24일 후보 등록일 이전까지 야권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요구에 제1야당인 더민주와 제2야당인 국민의당 지도부는 당대 당이 아닌 후보 간 연대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었다.

 

당대 당 연대에 대해서는 연대가 불가하다고 밝힌 김종인 대표는 “지역구에서 개별 후보 간 단일화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야권연대 절대 불가방침을 유지하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김한길 의원의 공동 선대위원장직 사퇴와 천정배 공동대표의 당무 거부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후보 간 연대는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마지못해 내놓았다. 이에 따라 야권 정당 간 연대가 아닌 지역별 후보 단일화 작업이 총선에서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파주을에서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무소속 박정 후보가 통합진보당 김영대 후보와의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글 = 정진욱기자 사진 = 오승현기자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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