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선수인 알파고(AlphaGo)는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1920개의 CPU와 280개의 GPU(Graphic Processing Unit)를 사용하여 바둑을 둔다고 한다.
딥러닝은 사물이나 데이타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사물을 인식할 수 없지만 점차 자라면서 사물 인식이 가능해진다.
딥러닝도 컴퓨터에게 어떤 대상이나 주제에 대한 수많은 판단기준을 입력해 놓으면,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유사한 판단을 하게 된다. 현재 구글은 딱 꼬집어서 “이것은 고양이”라고 입력하지 않아도, 고양이와 관련된 사진이나 설명을 제시하면 “이것은 아마 고양이야”라고 컴퓨터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하였다고 한다.
사람의 판단에 버금가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경제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마치 산업혁명과 같은 혁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도저히 분석할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데이타를 분석함으로써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미지의 사실을 밝혀내는 데이타 마이닝 기술이 이미 각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고, 컴퓨터가 추론과 자기학습에 의한 판단을 하는 딥러닝이 덧붙여져 지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대신해줄 수 있는 가공할 도구를 손에 넣게 된 모양새이다. 국내 딥러닝 전문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컴퓨팅 오류의 정확도 향상 차원에서 딥러닝 적용 전과 후를 비교하자면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와 같다고 한다.
이러한 컴퓨팅기술의 효율성은 앞으로 생산현장은 물론이고 각종 창작활동이나 일상생활에도 혁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고, 우리나라도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향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 본다.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의 발달은 장점 뿐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도 발생하리라 본다. 먼저 상업적이거나 이기적인 논리로 무장한 컴퓨팅 프로그램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2010년 5월 6일 뉴욕증시는 오후 두시부터 시작해서 약 42분 동안 거의 모든 종목이 폭락해서 998.5 포인트, 약 1조 달러가 허공에 날아갔다.
이것은 1/n초의 초단타매매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발생하였는데, 다행히 그로부터 5년 뒤에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영국의 펀드매니저가 체포되긴 하였지만 영문도 모르고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다.
다음으로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컴퓨터에게 위임한 의사결정이 사회에 반하여 결정되었을 경우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금번 이세돌 사범과 알파고의 대결에서도 비록 4번이나 이세돌 사범을 이긴 알파고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명백한 실착을 두기도 하였다.
이것은 통제의 문제 뿐만 아니라 당초의 사회적 합의를 깨야 한다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발전은 가능했지만 인간 소외 등 인류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딥러닝과 데이타 마이닝 등 첨단 인공지능기술도 명암이 있을 것인즉, 신속히 경쟁력화 해야겠지만 문제점도 차근차근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박인수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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