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금당리, 10년째 ‘악취고통’

주물공장 약품냄새에 40여가구 하소연
창문도 제대로 못열어… 집단민원 제기

화성의 한 주물공장에서 나는 약품 냄새로 농촌마을 40여가구가 10년 넘게 고통받고 있다.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는 운동장 수업도 못할 지경이다. 하지만 공장은 시설확장에 나섰다.

 

마을주민의 고통은 지난 2005년 1월 화성시 마도면 금당리에 2천538㎡규모의 H공장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 공장은 도가니 형태의 로에 알루미늄을 녹여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주민들은 공장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로 어지럼증과 두통까지 호소하고 있다. 냄새는 점점 심해져 농사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회사는 몸집이 커져 2013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건물(231㎡) 층축공사도 벌이고 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지난 1월7일 화성시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 42명의 서명도 첨부했다.

 

이장 C씨는 “기분 나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동네로 날아와 살기 힘들 정도”라며 “늦은 오후나 주말 등에는 냄새가 더욱 심각해 창문을 열지 못하고 생활한다. 수십차례 시에 하소연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장에서 500여m 떨어진 초등학교도 냄새피해가 심각하다. 92명 학생들의 운동장 체육수업이 지장받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흐린 날이면 악취가 심해 체육활동이 불가능하다. 가급적이면 체육활동과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인지 지난 11일 오전 11시30분쯤 학교 운동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결국 학교 측은 실내체육관 건립을 추진키로 했다.

 

화성시 환경사업소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회사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악취관리법이 애매모호한 탓이다. 판정요원이 냄새를 맡고 악취 정도를 판단,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시 환경사업소는 두차례 공장의 악취를 포집해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 의뢰했으나 기준치 미달이었다.

포집된 악취 시료를 1㎥의 팩에 담은 뒤 깨끗한 공기를 15회 이상 주입해도 냄새가 가시지 않으면 악취로 규정한다. 지난 3일 포집된 H공장 냄새는 10회 주입했을 때 희석됐다.

 

화성시환경사업소 관계자는 “매번 악취를 포집해 분석 의뢰를 하고 있지만 법적 기준치에 못 미쳐 개선 권고에 머물고 있다”며 “악취 개선을 위해 추가시설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H공장 관계자는 “집진기 뿐 아니라 악취를 줄이는 시설을 모두 개선했다”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조치하겠지만 우리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박수철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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