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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원 칼럼] 대학의 정체성 혼란에 대한 해법
오피니언 장기원 칼럼

[장기원 칼럼] 대학의 정체성 혼란에 대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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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대학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 세 가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역할은 각각 그 의미와 강조점이 달라지고 있다. 세 가지 역할에 대한 강조의 차이에 따라 대학을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취업중심대학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70년대까지 우리 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 중심으로 무척 단순한 모습을 지니었다. 다른 형태의 고등교육기관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에 대학의 기능을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이러던 대학의 모습이 1980년대, 1990년대 들어서면서 크게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전문대학, 산업대학 등 새로운 형태의 대학들이 대거 탄생하였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등교육기회 확대에 대한 요구 및 산업현장의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 증가를 대학이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

 

2015년의 대학진학률은 70.8%로 우리의 고등교육이 완전 대중화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 준다. 고등교육 기회의 확충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대중화된 고등교육의 힘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 외에 고등교육의 대중화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대학 간 역할중복 문제이다.

 

대학을 선택함에 있어 많은 학생,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입장에서도 대학들이 어떻게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지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대학구조개혁과는 별도로 대학의 정체성 확립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386개의 대학이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수는 일반대학이 201교, 전문대학이 138교이다. 두 대학들이 88%, 그 외 형태의 대학들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의 형태는 다양화되어 있으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부 수도권과 지방의 명문대학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사실상 교육 또는 취업중심대학으로 볼 수 있다.

 

전문대학의 경우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과 4년제 학과의 개설 등으로 일반대학과 역할이 중복되고 있다. 일반대학의 경우 과거 전문대학에서 인기리에 운영하던 실용적이고 실무적인 2년제 과정을 4년제 학사과정으로 개설함으로써 전문대학과 역할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성인학습자가 대학의 새로운 고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 향상교육, 전직교육 등의 영역을 전문대학과 일반대학 구분 없이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이 혼합되어 운영하는 블렌디드 러닝 방식이 점차 강조됨에 따라 일반대학과 방송대, 원격대, 사이버대간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렇게 심화되고 있는 대학의 정체성 혼란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대학형태를 법령에 의해 인위적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대학 내에 다양한 형태의 학위, 비학위과정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대학이 사회의 요구와 산업현장의 수요에 따라 필요한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법령에 의한 획일적으로 대학의 역할을 규정할 것이 아니라 대학 스스로 수요자의 요구에 의해 대학의 역할을 규정하게 하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질은 전문기관에 의한 평가인증제도를 발전시켜 담보하면 될 것이다.

 

장기원 국제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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