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이 결국 전면 폐쇄 국면에 접어들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간 개성공단은 남북의 정치 상황이 급변할 때마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해오면서도 이처럼 완전 폐쇄 절차를 밟은 적은 없었다. 긴박하게 진행됐던 개성공단 폐쇄 과정을 되짚어본다.
北 장거리 미사일 도발… 南 개성공단 전면 중단
민족 대명절 설 연휴에 접어들었던 지난 2월7일 오전 9시30분.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를 감행했다. 지난 1월 수소폭탄 시험에 이은 추가 도발에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한편 내부적인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도 비켜나지 못했다. 이날 오후 정부는 우선 국민 신변안전을 이유로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500명으로 축소했다.
다만, 이때만 하더라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까지는 예상되진 않았다. 개성공단 체류인원 축소는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에도 취해졌던 조치로, 남북 관계가 냉각될 때마다 신변 보호를 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보다 강력한 제재방안이 논의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주한미군사령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 등으로 인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본토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 부대를 주한미군기지에 증강 배치했다. 2월 14일 평택시 진위면 오산미공군기지에서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10일 오후 2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 긴급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개성공단 폐쇄 입장을 통보하고 오후 5시 브리핑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전략무기 F-22 랩터 편대가 1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오산미군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통해 “기존의 대응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을 꺾을 수 없다”면서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개성공단 중단의 배경을 밝혔다.
北 “개성공단 폐쇄, 군사통제구역 선포”… 긴박했던 순간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이 발표된 다음 날인 2월11일,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과 자재, 장비의 철수 절차가 시작됐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은 전원 출근하지 않았으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입출경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등 기업 철수에 큰 문제는 없었다. 오전 9시부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한 출입경이 시작돼 132명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갔다.
이날 개성공단에는 체류 중인 직원이 없는 53개사 직원만 사별로 1명, 트럭 1대 등 제한된 상태로 입경했고, 공단 내 완제품과 장비를 가져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2. 정부는 2월 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3. 2월 12일 개성공단 입주 의류임가공업체인 (주)화인레나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 앞에 주차된 트럭에 지난 11일 개성공단에서 가져나온 의류가 걸려있다
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2월 14일 오후 서울 태평로 뉴국제호텔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민관합동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북측 근로자가 단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아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으나 오후까지는 별다른 제재 없이 완성품과 원부자재를 차량에 싣고 내려올 수 있었다는 게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오후 4시50분께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는 등 ‘강수’를 선택하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2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가 개성공단에서 나서는 차량 등으로 북적이고 있다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남측 인원을 오후 5시30분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기습적인 북한의 조치에 오후 5시를 넘긴 입주기업들은 완제품이나 시설설비 등 개성공단 내 자산들을 제대로 가지고 나올 수 없었고, 빈손으로 쫓기듯 개성공단을 떠나야 했다.
이런 가운데 북측이 제시한 시간까지 남측 인원이 모두 철수할 수 없었고, 북한이 남북 간 통신선을 모두 차단하면서 연락조차 되지 않자 불안감이 고조됐다.
다행히 오후 9시20분께 남아 있던 280명이 북측 출입사무소를 나왔고, 오후 10시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입주기업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어” 하루하루 벼랑끝
기습적인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와 군사통제구역 선포에 따라 개성공단이 폐쇄 수순을 밟으면서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됐다. 정부 또한 12일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책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 정책자금 등 지원 ▲세제 및 공과금 지원 ▲정부조달 관련지원 ▲입주업체의 고용 관련 지원 등으로 나뉘어 입주기업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 대출보증에 대한 상환 유예, 세금 납부 유예 및 체납액 징수 유예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은행권을 비롯해 입주기업들이 납품하는 원청기업, 유통업계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책을 두고 입주기업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사전 고지 등 없이 설 연휴 기간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의해 개성공단이 폐쇄 수순을 밟은 만큼 지원이 아닌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한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성명을 통해 “기업의 피해 책임은 우리 정부에 있는 만큼 피해 지원이 아닌 피해 보상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개성공단 전망은… 금강산과 비슷, 다시는 가동 못 할 것
우리 정부는 당초 개성공단에 대해 ‘전면 중단’을 선언했으나, 북측에서는 완전 폐쇄로 못을 박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남북 경협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 간 급변하는 정세 속 금강산 관광 사업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게 된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북한 진출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불가피했다는 사실은 수긍하지만, 경제계에서 지속적으로 남북 경협 활성화를 강조해 온 점에 비춰보면 아쉽다”고 밝혔다.
향후 개성공단 사태는 금강산 관광 중단과 비슷하게 흘러갈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을 당시 금강산 지구 내 4천841억원에 달하는 남측 자산을 몰수 또는 동결했다.
북한이 이번에도 개성공단 내 자산을 동결조치한 만큼 개성공단 내 원자재·완제품 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단 내 전기와 수도 등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 정상적인 관리가 어렵고 기술 수준의 한계로 기계장비의 적극적 활용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왼쪽)일본의 유엔대사 요시카와 모토히데(왼쪽부터), 미국 유엔대사 사만타 파워, 한국 유엔대사 오준. 파워 대사가 2월 7일(현지시각)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를 끝낸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왕이 중국 외교부장 2월 17일(현지시간) 베이징 외교부에서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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