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윤동주 열풍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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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는 스물여덟 청년으로 생을 마감했다.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그는 사상이 불온하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같은 혐의로 함께 복역했던 고종사촌 송몽규는 유족 앞에서 “매일 이름 모를 주사를 맞았는데, 동주도…”라며 흐느꼈다. 송몽규도 3월 10일 숨을 거뒀다.

 

1917년 간도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송몽규와 서울 연희전문대학에 진학했다. 졸업을 앞둔 윤동주는 시 원고를 친구 정병욱에게 건네고 자신도 한 부를 보관했다. 그리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가 참변을 당했다. 정병욱은 학병으로 끌려가면서 다시 어머니에게 원고를 맡겼다. 다행히 정병욱이 살아 돌아오면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윤동주의 원고는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조금은 위로를 받았을까?

 

요즘 윤동주의 생을 담은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가 인기다.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 거면 문학이 무슨 소용이 있니?(몽규)” “시도 자기 생각 펼치기에 부족하지 않아(동주)”. 영화는 나라를 잃고 이름마저 뺏겨야 했던 암울한 식민시대에 총 대신 시를 잡고 일제에 맞섰던 윤동주와,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대에 맞섰던 송몽규 열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교과서 속 윤동주의 흑백사진처럼 흑백영화로 제작됐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광화문 교보문고엔 윤동주 코너까지 마련돼 시집 이외에 소설ㆍ평전 등 15종이 판매되고 있다. 1948년 출간됐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복각본은 출간 두 달 만에 5만부 넘게 팔렸다. 복각본엔 윤동주의 육필 원고철과 사진, 판결 관련 서류 등 다양한 자료가 담겨있다. ‘소설 윤동주’와 평전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도 최근 출간됐다. 다음 달에는 서울예술단이 2012년 초연했던 창작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를 무대에 올린다.

 

중ㆍ고등학교 때 이미 접했던 윤동주와 그의 시가 지금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자기 성찰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동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했다. 냉철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정진을 멈추지 않았다. 바쁜 일상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돌아보게 하는’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니, 윤동주는 죽지 않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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