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반드시 먹었으며, 손님이 오면 이것을 대접했다고 한다. 또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떡국을 먹는다고도 한다.
우리에게 설은 가족과 함께 있는 행복한 날이고 모처럼 쉴 수 있는 날이라 느끼지만 그렇지 못한 이웃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도 빈곤통계연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3년보다 0.5%포인트 오른 12.2%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는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가 늘었다는 의미다. 또한 인구유형별로 상대빈곤율을 보게 되면 여전히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하고 기부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글 650만건 중 ‘노인’에 대한 언급은 2만9천463건으로 ‘어린이’를 언급한 31만8천755건과 비교하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신문에 독거사 하는 노인의 글이 실리면 안타깝게도 기사가 올라오기 무섭게 관심을 받지만 금세 식어버린다. 노인에 대한 기부도 갈수록 줄고 있고 보여주기식 행사가 늘뿐이다. 노인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인천적십자는 연수구에서 봉사원들과 ‘사랑의 급식소’를 1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의 도움과 기업 후원을 통해 매일 점심을 무료로 드리고 있어 하루 300명 가까운 어르신이 찾아온다.
많은 분들이 음식을 드시다 보니 혹여나 영양가가 떨어질까 식재료를 엄선하고 영양사가 상주해 식단을 꼼꼼히 점검한다. 종종 급식소를 나가보면 배식도 되기 전부터 쪼그려 기다리시는 분도 계시고 멍하니 서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제법 많이 계신다.
식판에 한 끼 식사를 받으시면 몰래 비닐봉지에 반찬을 주섬주섬 담으시는 분들도 계신다. 요즘 사람들은 무료로 식사를 드린다는 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본 먹거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삶조차 없어진다. 우리가 매일 급식소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보이면서 후원할 방법을 찾는 문의전화가 온다. 얘기를 하다보면 요즘 잘나가는 CEO의 고민은 사회적 책임이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왜냐하면 지역사회와 기업은 예전과 다르게 밀접한 이해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수행하기 위해 ‘사람’, ‘환경’, ‘이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일회성 봉사와 행사, 일시적 기부에 열을 올리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매년 한 음식점에서 섣달 그믐날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었다. 남자 아이 2명과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우동 한 그릇을 시킨다.
가게주인은 3명인데 왜 1인분을 시키는지 행색을 보고 잠시 고민한다. 3인분을 줄려다가 손님이 알아차리면 불편해 할까봐 반덩어리만 더 넣어준다... 주인장의 행동과 말 속에 배어난 ‘진심’... 한참을 읽다 느낀바가 커 수첩에 메모했다.
진정성. 진정성이야 말로 참된 ‘사회적 책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