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속수무책’ 날벼락… “납품차질, 바이어 떨어질라” 초비상

개성공단 폐쇄 쇼크  인천지역 기업 표정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생산을 못 하게 돼 납기 놓치고 바이어가 떨어져 나가면 그 피해는 추산하기도 어려울 만큼 클 겁니다.”

 

개성공단 입주사인 (주)대화연료펌프의 유동옥 회장은 지난 이틀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기계식 연료펌프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주)대화연료펌프는 지난 2005년 개성공단에 입주해 활발한 생산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마음을 졸여오던 유 회장은 사흘만인 지난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리자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북한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 결정이 나온 지 하루만인 11일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를 추방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자 유 회장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대화연료펌프는 계열사 공장까지 2개 공장을 풀 가동 중이었지만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내 현대자동차와 GM을 비롯해 델파이, 미쓰비시, 보쉬, 콘티넨털 등 세계 유수 자동차부품 기업으로의 납품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대화연료펌프는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납기지연 등 해외 바이어로부터 신뢰를 잃어 자칫 재계약을 못 하게 되면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릴 우려를 낳고 있다.

 

유 회장은 “당장 투자설비나 원자재 회수, 납기지연 등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너무 많다”며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살리고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 서구 검단산업단지 내 (주)명진화학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명진화학은 개성공단에 진출한 타 기업과 달리 국내보다 개성공단 생산라인에 훨씬 더 많은 1천300여 명에 달하는 인력배치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모두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인천시 등이 손해를 입은 기업을 위해 합동대책반을 마련, 긴급수혈에 나서고 있지만 정율연 명진화학 대표는 이것에 기대고만 있을 수 없는 처지다.

정 대표는 “개성공단 생산라인이 돌아갈 수 없어 급하게 국내 생산라인 설비작업에 들어갔다”며 “바이어에게 최대한 사정을 설명하고 국내 생산라인을 최대한 돌려 피해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와 인천시 등은 이날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입주기업의 애로 청취, 피해 최소화 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천시 한 관계자는 “특별대책반 구성 등 일원화된 창구를 마련해 입주기업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단계별 비상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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