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없이는 진화도 없다

최재천 교수 컬럼집 ‘거품예찬’

‘통합’의 아이콘 최재천 교수가 컬럼집 <거품예찬>(문학과지성사 刊)을 펴냈다.

사회적으로 부정적 요소가 다분한 단어 ‘거품’을 ‘예찬’한다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진화에서 거품은 기본이다. 자연은 스스로 지극히 낭비적인 삶의 방식을 택했다. 조개나 산호 같은 해양무척추동물들은 엄청나게 많은 알을 낳지만 그중에서 성체로 자라는 개체는 종종 1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식물도 엄청나게 많은 씨를 뿌리지만 극히 일부만 발아하여 꽃을 피운다. 몸집이 큰 생물일수록 자식을 덜 낳지만 확실하게 기를 수 있을 만큼만 낳아 모두 성공적으로 길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모하리만치 많이 태어나고 그중에서 특별히 탁월한 개체들만이 살아남아 번식에 이르는 과정에서 바로 자연선택의 힘이 발휘된다. 그 결과로 적응 진화도 일어나는 것이다.”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국립생태원 원장인 최 교수는 낭비로 보이는 거품을 살아남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본다. 자칫 저자가 인간사회에서의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과 같은 자연의 논리를 옹호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최 교수는 곧, 생태와 환경을 뛰어넘어 인간의 삶과 사회를 향한 색다른 시선을 드러낸다. “자연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반드시 인간 사회에서도 자연스러울 수는 없으며, 모름지기 인간으로 태어난 그 누구도 자연선택 따위에게 낭비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알면 사랑한다”를 좌우명으로 삼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국, 그 동안 꾸준히 설파해 온 ‘공존과 공생의 길’이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행동하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웃과 자연에 대해 보다 많이 알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얻은 앎을 보다 많은 이웃과 나누다 보면 이 세상은 점점 더 아름답고 밝은 곳이 되리라 믿는다. 배움과 나눔보다 더 인간적인 행동은 없다.” 값 1만3천원

류설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