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감’서 살펴보는 정치·경제·사회의 모습
과거 공중파만 수신했던 텔레비전 수상기는, 이젠 세련된 디자인의 셋톱박스와 결합해 리모컨 하나만 있으면, 수백, 수천 개의 채널과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창’이 됐다.
대중은 이제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를 인지하고, 때론 응답하며 무의식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 책 <덕후감>(북인더갭 刊>은 대중문화와 현실, 이미지와 개인이 맺는 관계를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한 책이다. 일반적인 대중문화비평서와는 다른 접근이다.
대중문화는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상품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대부분의 것들이 대중문화로부터 파생됐거나, 유발됐다. <응답하라 1988>을 한 회라도 놓치면 어딘가 허전하고,
소녀들은 남성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팬픽을 쓰고, 삼촌 팬들을 여성 아이돌을 관음하며 끊임없이 욕망한다. 그 뿐인가. 잘 생기고, 매너까지 좋은 스타 셰프의 등장에 집밥과 먹방, 킨포크가 유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일상 가까이에 용해된 대중문화지만, 정작 대중은 그것이 우리의 현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것은 대중문화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판타지에 불과하며, 그거 소비의 대상으로만 존재한다는 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회학자로서 대중문화를 연구해온 저자는 “대중문화는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대중문화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소망을 재현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그 예로 막장 드라마를 든다.
말하자면 한 사회에 쉽사리 해결될 수 없는 모순이 있을 때, 대중문화는 그러한 모순을 ‘불안’과 같은 왜곡된 상징을 동원해서라도 드러내고야 만다. 이 책의 목적은 대중문화라는 집단적 욕망불안 안에 감춰진 정치경제적 요인을 파헤치는 데 있다.
책에는 문화와 관련된 사회학적 분석이 돋보이는 글도 있다. 하인스 워드 신드롬을 바라보며 다문화주의의 도래와 그 한계를 지적한 글, 소비문화를 통해 계급문화와 공공성이 재구성된 면면을 밝혀낸 글 등도 경청할 만한 논의를 담고 있다. 값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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