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외면속… 결국 딸은 갔습니다”

남양주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유가족, 가정폭력에 의한 살인 주장
“신고했지만 출동거절” 부실수사 논란 경찰측 “남편 참고인 신분 추가조사”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 경찰이 가정폭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유가족의 요청에 의해 부검을 실시한 가운데(본보 8일자 7면) 경찰이 유가족들의 폭력신고에 적극 대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남양주경찰서와 부천경찰서 내동지구대, 유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숨진 A씨(35ㆍ여)의 유가족은 가정폭력이 이뤄졌던 지난해 8월19일 오후 8시35분께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는 잦은 폭력에 시달리다 부천에 있는 부모의 집으로 대피했고, 남편 B씨가 찾아와 또다시 폭행을 가하자 이를 본 부모가 부천경찰서 내동지구대에 ‘딸이 사위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 수년간 구타를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출동해 달라’고 직접 신고했다.

 

A씨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를 당한)당사자가 직접 신고해야 한다고 출동을 거절했고, 대응방법 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오죽하면 ‘딸이 죽어야 출동하겠느냐’고 따져물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내동지구대 관계자는 “신고한 사실은 맞지만 (폭력)행위가 이뤄진 게 아니고 향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문의였다”면서 “여청과에 상담하면 된다고 안내했고, 출동이 필요하면 나중에 나가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폭행을 당했다는 유가족들의 신고에도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당일 폭력 행위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관할인 부천경찰서에 연계하지 않았으며, 남양주경찰서와의 수사 정보 공유도 하지 않은 채 자체 종결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사건을 조사 중이던 남양주경찰서 역시 유가족들이 피해 진술과 폭력으로 멍이 든 부위 사진 등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하며 거짓말탐지기 등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했음에도 남편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한 뒤 돌려보냈던 것으로 확인돼 부실수사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유가족들은 “진술과 증거 사진 제출에도 (B씨를)참고인으로만 조사해 돌려보낸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구분 짓지 못한다면 이전 사건 모두 백지화되는만큼 철저한 수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남양주경찰서 관계자는 “유가족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아 가정폭력 건에 대해선 따로 수사하지 않았고, 가정폭력 건은 언제든지 입건해 수사할 수 있다”며 “부검 결과가 나온 만큼 향후 거짓말 탐지기 등 철저한 조사로 원인 규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뇌출혈(경막하출혈)에 의한 사망’이라는 국과수 부검 결과에 따라 재조사에 나선 경찰은 남편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한편, 숨진 A씨의 어머니 등 유가족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 혐의점을 찾으면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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