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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관 칼럼] 민족주의는 나쁜가
오피니언 허성관 칼럼

[허성관 칼럼] 민족주의는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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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의하면 민족주의는 ‘독립이나 통일을 위하여 민족의 독자성이나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상’이다. 왜 새삼스럽게 민족주의를 살펴보아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잘못 인식된 민족주의에 그 연원이 있기 때문이다.

 

광복된 조국에서 민족주의자는 바로 애국자였다. 대일 항쟁기 민족주의자들의 염원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역량을 결집시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독립된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이었다. 보수 민족주의자도 있었고 진보 민족주의자도 있었다.

 

민족주의가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배타적이면 국수주의가 된다. 유럽과 일본의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였고 국수주의였다. 그러나 우리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와 맞서 싸웠다.

 

민족적 민주주의를 주창한 대통령도 있었고, 동맹국보다는 민족이 우선이라고 갈파한 대통령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민족주의자는 무능하고, 막무가내이며, 맹목적이고, 좌파적이고, 심지어 위험해서 경계해야 하며, 나쁜 사상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채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서 베트남의 민족주의에는 경의를 표하면서 우리의 민족주의를 금기시하는 다수의 지식인들이 대한민국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역사 분야에서 그러하다. 식민사학자들은 조선총독부가 날조한 역사를 실증사학이라고 위장했다. 자기들이 학문적 정밀성을 갖춘 것처럼 호도하여 식민사학을 추종, 확대, 전파해 오면서 민족주의 사학자들의 역사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의미가 내포된 재야사학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결과 실증사학에 반대되는 개념이 민족사학이라는 이상한 도식이 형성된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우리 관점에서 바라보면 민족주의 사학이고 조선총독부 관점에서 바라보면 식민사학이다. 실증주의는 연구 방법론의 하나일 뿐이다. 광복 이후 대학교수인 소위 강단 사학자 대부분은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역사를 매도해왔다. 조선총독부의 망령이 지금도 우리 사회에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식민사학이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면서 민족주의 역사학에는 주홍 글자가 새겨져 우리의 정체성은 실종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운이 융성하려면 반드시 지속적으로 내부 혁신이 있어야 한다. 식민사학은 외세의 지배가 있어야만 우리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

그래서 우리 주류 역사학이 민족 자체의 혁신 역량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식민사학의 이 가르침은 최근 일본 극우파의 준동으로 더욱 강고해지고 있다.

 

민족주의는 자신의 정체성을 바르게 세워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동력으로 삼자는 사상이다. 당연히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그 본연의 목적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우리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망각시키는 주류 사학인 식민사학에 근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방공간에서 민족주의 애국자들이 몰락한 다음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자신들을 보수로 위장한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광복 당시 진정한 보수 민족주의자는 김구, 조만식, 김병로 선생 등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분들의 민족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자성이 필요할 것이다. 민족주의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며 우리 모두가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소중한 가치다.

 

허성관 前 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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