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수하물 대란’ 무엇이 문제인가] 중. ‘먹통’된 시스템

밀려드는 비규격 수하물… ‘예견된 사고’

올해 초 발생한 인천국제공항의 수하물 처리지연 사태를 두고 내부 수하물처리시설 과부하 등 복합적 요인이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수하물 감지 및 분류장치 오작동의 우려가 큰 ‘비규격 수하물’ 운영 지침이 느슨해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들은 ‘인천국제공항 표준운영절차서(BHS 운영)’에 따라 수하물 체크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표준운영절차서에 따르면 “항공사 체크인 요원은 수하물의 부적절한 투입으로 인한 비정상 분류 및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수하물 투입방법과 함께 자동판독기 사용에 따른 수하물 위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공항공사는 지난 3일 당시 피크타임 수하물 유입수량이 시간당 7천500개 수준으로 설계처리용량(여행용 가방 기준 시간당 최대 1만 2천600개)에는 미달했지만 비닐·박스 포장 등 이른바 ‘비규격 수하물’이 평소보다 급증해 수하물 감지 및 분류장치 오작동 발생이 확인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규격 수하물이란 둥근 수하물이나 끈이 있는 배낭류 등으로 컨베이어 운송 도중 수하물이 구르거나 끈이 끼는 등 컨베이어 오류(Jam)를 유발할 가능성이 큰 수하물로, 표준운영절차서에는 이 같은 수하물을 반드시 플라스틱 바구니(Tub)에 담아 테이프 등으로 고정해 투입토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 표준운영절차서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만 그치다 보니 사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항공업계 일부에서는 중국 등 외국항공사들이 Tub 사용을 등한시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지만, 공항공사 측은 항공사별 비규격 수하물 처리방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대부분 국내 항공사들은 체크인 전 수하물 끈 처리 및 테이핑 작업을 반드시 하도록 교육하고 있지만, 표준운영절차서가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일부 외국항공사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표준운영절차서에 비규격 수하물에 대한 올바른 체크인 방법이 명시된 만큼 이를 일선 항공사와 공유하고 방문교육 및 계도활동을 지속해 정착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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