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기 뜨고 확성기 재개했지만… 접경지역 주민들 동요없이 일상생활

유관 기관과 함께 사태 예의주시
돌발상황 대비 긴장은 놓지 않아
일부선 “北도발 단호한 대응” 주문

▲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8.25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지난 8일 연천군 중부전선 대북확성기 방송실에서 육군 장병들이 방송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핵미사일을 탑재한 미국의 ‘B-52’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우리 군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재개한 지 사흘째인 10일 경기북부 접경 지역 주민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차분한 일상을 보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불안감을 나타내면서도,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낮 12시30분께 연천군 중면 삼곶·횡산리 일대. 강한 찬바람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민 대부분이 집에서 나오지 않아 마을 곳곳은 전반적으로 한적하고 조용했다. 군용차와 경찰차 몇 대만 마을 주변을 간간이 지나다닐 뿐이었다. 28사단 군부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위해 일부 지역을 통제했지만, 이곳 주민 117명은 별다르게 동요하지 않았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북한의 잦은 도발에 주민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며 “다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유관 기관들과 함께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삼곶리 주민 허하일씨(75)도 “방학을 맞아 이곳에 온 손주를 데리고 산정호수로 놀러 가는 길”이라며 “그간 북한의 태도로 봐서 이번에도 별일 없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주민 박점쇠씨(68)는 “지난해 8월에도 나흘 간 대피소 생활로 인해 생업을 중단해 생계에 지장을 줬다”며 “이번에는 그런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이곳 일대에 200명이 수용가능한 대피소 2개동에 생활 편의시설들을 갖춰놨으며, 연천경찰서의 경우 기동대원 25명을 배치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또다른 접경지역인 파주도 상황은 비슷했다. 파주시 장단출장소 관계자는 “혹시 상황이 급박히 변할 수 있어 준비하고 있으나 이곳 주민들은 집안에서 조용히 쉬고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곳은 비무장지대(DMZ) 내 대성동마을ㆍ통일촌마을 등 주민 804명이 거주하고있다.

 

김포 월곶면 보구곶리 주민들도 평소와 다름 없이 차분한 가운데 방송 등을 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성기윤 이장(70)은 “아직 특별한 대피지시는 없지만 대부분 마을 주민들은 연세가 높고 어려서부터 확성기 방송을 들어와 별다른 동요는 없다”고 전했다. 인근 용강리의 한 마을주민(64)은 “안보를 위한 것이라면 대북방송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부는 단호하게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8월10일 우리군이 대북 확성기를 11년 만에 재가동했을 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다 재개 10일 만인 20일 비무장지대(DMZ)에서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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