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에 그려진 인류 문명의 발전사

역사상 의미심장한 순간들 골라 생생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책
지도의 종류·업계 이야기도 담아

▲ 지도 위의 인문학 사이먼 가필드 著 / 다산초당 刊
모든 지도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림 같은 골동품 지도들은 원정과 정복의 이야기, 발견의 이야기, 점유와 영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주민들이 당했던 끔찍한 착취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다. 현대의 지도는 데이터를 더해 지난 선거의 투표 패턴이나 신종 전염병의 확산 패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지도는 인류가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켜 왔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바깥세상을 향한 인류의 호기심은 끊임없이 진화했고, 항해술은 문명을 미지의 세계로 전파시켰다. 인류가 살아가는 영토는 꾸준히 확장됐고, 때로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통해 문명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역사적 현장에는 항상 지도 제작자가 있었다.

 

<지도 위의 인문학>(다산초당 刊)은 지도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하고 의미심장한 순간들을 골라 생생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천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둥그런 모양의 세계를 생각하기 전까지, 지구는 짜디짠 바닷물에 둘러싸인 평평한 땅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리고 1492년 콜럼버스가 잘못 그려진 지도를 잔뜩 들고 서쪽 바다로 나아가기 전까지 바깥세상은 무서운 괴물들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 뒤로도 지구는 종종 동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이었고, 곳곳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는 가운데가 약간 불룩한 동그라미이며, 인터넷을 켜면 어디든 위성 지도를 통해 손쉽게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오늘날의 지도가 나오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떻게 옛날 사람들은 자신이 가보지도 않은 곳의 지리를 그리고 설명할 수 있었던 걸까. 그들은 왜 그렇게 지도를 그리려 했고, 또 마음대로 그렸던 걸까.

 

이 책은 지도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지도의 종류와 다양한 지도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유쾌한 문체로 들려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도를 푼돈에 넘기려 했던 신부와 타고난 허풍쟁이 마르코 폴로, 입만 열었다 하면 뻥을 치는 탐험가들과 도저히 빈칸을 가만두지 못하는 지도 제작자들, 그리고 하다못해 사람 뇌까지 지도화하려는 과학자들까지 지도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지도에 매료되는 이유는 지도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지도들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도가 어떻게 생겨났고, 누가 그렸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우리가 지도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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