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현의 4년 381일치 일기 꿈·욕망 사유의 궤적을 담다

뛰어난 일기문학 예로 꼽혀
문화·정치 등 격동의 시기
그가 꿈꾸던 사회상 저술

행복한 책읽기

김현 著 / 문학과 지성사 刊

<행복한 책읽기>(문학과 지성사 刊)는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이 1985년 12월30일부터 1989년 12월12일까지 만 4년의 381일치의 일기이자 유고로, 김현의 숨은 사유의 궤적들, 그의 꿈과 욕망을 보여주는 김현 문학의 밑그림이다.

우리 시대 누구보다 많이, 누구보다 넓고 깊게 삶-읽기와 삶-쓰기를 완성한 김현이었기에 이 책은 그의 왕성한 독서편력기이자 우리에게 희귀한 일기문학의 가장 뛰어난 예로 꼽힌다.

한국 문학에서 그의 가장 큰 공로는 우리 문학을 그만큼 읽은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분량의 꼼꼼한 책읽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언제 읽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소설, 시, 평론 등을 읽고 중요한 것은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서 글을 발표했다.

그가 그처럼 열심히 읽은 것은, 4ㆍ19로부터 시작된 격동의 역사 속에서 ‘문학인을 무엇을 할 수 있고, 문학은 무엇일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정신 속에 팽배해 있는 허무주의와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 속에 숨어 있는 샤머니즘을 타파하는 데서 문학의 역할을 찾았다. 시와 소설을 정확하게 읽고 정밀하게 분석하고 전체적인 전망 속에 해석한 그의 평론집들은 바로 그러한 그의 문학관을 뒷받침해준다.

특히 첫번째 한글 세대인 그가 남긴 업적은 외국 문학의 연구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초현실주의, 실존주의,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등 20세기의 주요한 문학사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진정한 의미를 제시하기 위해 독창적인 비평사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바슐라르, 공드만, 지라르, 푸코, 그리고 쥬네브학파에 관한 주요한 저술을 남겼다.

그가 꿈꾸어온 세계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 있는 억압 없는 사회였지만, 그가 살아온 세계는 폭력이 지배하는 야만적인 사회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한번도 긴장된 의식의 줄을 풀지 못하고 고통스런 성찰로 가득한 삶을 살아왔다.

이 책에는 그의 성찰과 그가 꿈꾸어온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폭력없고 자유로운 사회에 관한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한다. 값 1만5천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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