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이들의 화해와 용서

사이채 장편소설 ‘잠들지 않는 물고기처럼’
고엽제 피해 입은 두 가족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 그려

<잠들지 않는 물고기처럼>(문학의봄 刊)은 고엽제 피해를 입은 두 가족이 살아온 비참한 삶의 모습과 이를 치열하게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월남전과 국내 비무장지대에서 각각 고엽제 피해를 입은 두 가족이 얼마나 비참하게 고난의 굴레를 굴리며 살아왔는지, 수없이 용서해도 가시지 않는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왔는지, 어떻게 이를 포용하고 세상을 용서하는지를 가슴 시리게 풀어낸다.

 

소설의 주인공은 고엽제 피해자와 정신이상자 사이에서 넷째 딸로 태어난 비구니 스님 웅선. 어린 시절 가난과 천대는 물론, 실성한 채 태어난 둘째 언니와 아버지, 막내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수없이 절망하고 인생에 대한 수많은 의문을 던지면서 자란다.

 

초등학교 졸업 후 우연히 피아노를 만나게 됐고, 절에 들어가서 피아노를 배우며, 결국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뤄낸다.

 

이후 피아노 연주와 힐링 체험 등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의 치유에 힘쓰는 삶을 살아가다, 고엽제 피해를 입은 김창석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와 다시 만나게 된다.

 

김창석은 제대 후 질병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불행하게도 첫째 아이는 유산을 하고, 둘째 아이는 기형으로 태어났다.

한평생 병마와 싸운 김창석은 병상에서 웅선에게 ‘육신의 고통보다 그들을 용서해야만 내가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지유. 사십 년 넘게 줄곧 전쟁을 치른 기분이유’ 라고 고백하며,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참회한다.

 

웅선은 김창석을 통해 가슴 절절하게 살아온 고엽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전쟁 같은 삶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돌이켜 엄청난 고통을 견뎌낸 아버지를 안타까워하고, 자신을 돌아본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이 살아왔던 환경, 모습들을 보여주며 두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들이 하나씩 풀어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 세상에 대한 참된 용서와 참회를 깨닫는 웅선의 모습을 통해 인간 구원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과거의 참상이 후대에까지 고통을 안겨준 것이 어디 고엽제뿐일까. 오늘날 격차시대에도 약자의 가슴에 고엽제를 뿌려대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폭력, 사회폭력, 소위 갑질, 남에게 상처 주는 걸 아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힘겨운 이들을 외면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참회를 통한 치유에 대해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값 1만2천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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