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3일 밤 9시 16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로 최소 130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면서 이제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폭탄 테러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점이다.
IS는 한국을 자신들에 위협적인 ‘십자군동맹’ 국가 중 하나로 포함했다. 국내서 IS 동조자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적발되는 한편 국제테러 조직을 따르는 인도네시아인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최소한의 안전대책인 테러방지 관련 법안은 14년 째 국회 계류 중이다.
한국, 테러에 안전한가?
지난 9월 IS는 한국명인 ‘Republic of Korea’ 옆에 괄호로 ‘South Korea’라고 표시했다. IS는 한국을 미국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 서방국가는 물론 시리아, 이란, 러시아 등 61개국과 함께 미국 주도 대테러 활동에 동참하는 ‘십자군 동맹’ 국가 중 한 곳으로 평가했다.
이에 우리 외교당국은 미국 대테러 활동에 우리 정부가 지원한다는 사실 때문에 포함된 것이라며 현재까지 한국이 IS의 직접적인 표적이 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황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영토 내 테러가 아니더라도, IS의 영향력이 미치는 현지 지역 내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이 다수 파견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협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현지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은 모두 33곳. 근로인력만 1천36명에 달한다.
때문에 현지 기업 관계자 입장에서는 현지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공사 일정 차질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자국 근로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내 불법체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의 테러 위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국내 불법 체류자 수는 21만3천565명이다. 2011년 통계치인 16만7천780명보다 27%가량 증가했다.
또 테러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 극단주의자가 난민으로 가장해 입국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파리 축구장에서 자폭한 용의자 소유의 여권과 똑같은 여권을 소유한 난민이 세르비아에서 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여권 2개가 모두 위조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IS 대원이 위조 여권을 이용해 난민으로 위장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며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는 국경이 거의 봉쇄됐고 폴란드는 난민수용을 즉각 중단했다.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보안 강화
프랑스 파리 테러는 민간인이 많이 모이는 ‘다중시설’ 6곳에 대한 테러였다. 한국 또한 다수의 민간인이 모이는 다중시설에 대한 대테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평균 300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은 경비 인력이 모두 24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4분의 1인 6명은 외주 용역 직원이었고 평균 연령은 50대로 전문적인 대테러 훈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역과 같은 공공시설 외에도 극장이나 쇼핑몰 같은 민간 다중시설도 테러에 대한 방책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테러 대비 지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실정에도 테러방지법안은 국회에 14년째 발이 묶여 있다. 사이버테러를 포함한 테러 방지 관련 법안은 모두 5건. 프랑스 파리 테러를 계기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테러 관련 법률안에 대한 심의가 예상되지만, 여야의 큰 의견차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은 인권침해와 권력 남용 가능성이 커 테러 방지 기능을 국가정보원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권력의 아래에 있는 상태에서 국정원 직속으로 ‘국가대테러센터’를 설치해 감시 권한을 대폭 몰아줄 경우 민간인 사찰 강화 및 반정부 단체 통제 등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고 인권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권침해와 테러방지 사이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안영국기자 사진 = 경기일보DB·연합뉴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